인구절벽으로 한국도 일본식 버블 붕괴하나?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1. 8. 6. 14: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집값 폭락론'의 치명적 한계 , 글로벌 인구이동 무시
인구 감소 이민, 체류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완
한국, 통일 등 변수 많고 수출이 경기에 더 큰 영향

“사람이 줄어드는데 어떻게 집값이 오르겠는가” “한국도 저출산을 저지하지 못하면 일본식 버블 붕괴가 불가피하다”

2~3년간 집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인구감소에 의한 부동산 폭락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집값 하락의 대표적 근거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주택 수요감소이다. 작년 말 주민등록인구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838명 감소한 518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도 인구감소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 3757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전환했다. 생산 가능 인구는 연평균 33만명씩 감소하다 2030년대에는 감소 폭이 52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ECD 37개국 가장 빠르다는 저출산 고령화가 치솟는 집값을 하락시킬 것인가.

인구고령화에도 집값 급등 국가 많아, 집값은 금리 등이 더 중요한 변수

일본에서도 1990년대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 부동산 버블붕괴를 촉발시켰다는 ‘인구 결정론’이 한동안 유행했다. 고령화로 생산과 소비가 줄고 노인 사회복지비 증가와 재정악화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주택수요도 함께 줄어든다는 논리이다. 대표적인 학자가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낸 니시무라 기요히코(西村淸彦) 도쿄대 명예교수이다. 그는 2010년~2012년 한국의 주택시장 침체에 대해서도 경기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인구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주장을 폈다. 리먼 쇼크 이후 집값이 폭락한 유럽과 미국도 인구문제로 장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니시무라 교수의 인구결정론은 저금리, 엔저 등을 돈 풀기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킨 아베노믹스로 일본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시들해지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이 감소해도 집값이 크게 오른 나라들이 많다. 덴마크,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은 생산인구가 감소해도 집값이 크게 올랐다.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경우, 각국 정부는 이민을 확대하거나 체류 외국인을 대폭 늘리는 식의 정책적 대응을 한다. 일본처럼 인구 감소를 방치하는 나라는 없다. 독일은 2010년 인구가 8022만명까지 줄었지만, 난민유입과 적극적 이민 정책으로 인구가 8400만명으로 늘어났다. 독일의 집값이 폭등한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고령화에 대응한 적극적 이민정책과 외국인 투자수요로 집값이 거의 조정받지 않고 오르는 나라로 유명하다.

한국은 10년간 체류 외국인 130만명 급증

일본 오사카의 명동으로 불리는 도톤보리가 관광객과 오사카 시민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 도톤보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호텔 쇼핑몰 건설 붐이 불면서 한해 40% 이상 땅값이 오르기도 했다.

인구결정론이 일본에서 유행한 것은 일본의 특수성도 한몫했다. 일본은 섬나라여서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불법이민이 제한적이고 정치인들이 이민에 부정적이다.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절대 비중이 높아 인구 고령화에 취약하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0% 전후여서 내수보다는 수출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일본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체류 외국인이 최근 1 0년간 80만명이 증가했다.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술연수 등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9년~2019년 사이에 연간 체류외국인이 130만명이 늘었다. 양국의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외국인 관광객 변수도 있다. 2010년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860만명에서 코로나 유행 전인 2019년에 3188만명으로 급증했다. 엔저와 함께 일본정부가 비자 면제 조처를 확대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은 몰락하던 지방도시에 구세주 역할을 했다. 버블기처럼 일본의 지방도시에 호텔과 쇼핑몰 건립붐이 불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지역, 관광객 유치전에 성공한 지역은 인구 성장기에 버금가는 특수를 누렸다.

통일 되면? 경제통합에 의한 자유로운 이동 실현될까?

경제통합이 진전된 유럽의 경우, 인구 이동의 제한이 거의 없다. 루마니아의 경우, 성인 5명 중 1명이 다른 나라에 거주한다. 경제가 좋지 않아 일자리가 없는 빈국의 경우, 인력의 유출문제가 심각하지만, 독일 등 경제가 발전한 나라로는 일자리 찾는 이주로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 자유로운 인구이동이 가능해지면 ‘고령화 인구감소=집값 폭락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인구 유치전에 성공하는 나라는 경제가 성장하고 집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유럽과 달리, 동북아 국가들은 문화적 정치적 차이로 인해 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지만, 이미 다양한 경제공동체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통일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 부동산 경기가 장기침체했으나 통일을 계기로 집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투자붐이 불었다. 구 동독에서 구 서독 지역으로 이주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건설붐이 불붙었다. 한국도 통일이 이뤄지면 인구와 경제규모가 한 단계 커지면서 인구이동이 활발해지고 주택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북한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건설붐이 불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은 인구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금리, 주택공급과 수요, 경제성장, 정부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