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착한 경제정책'이란 幻想

조해동 기자 2021. 8. 6. 11: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착한' 경제정책을 가장 많이 내놓은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착한 경제정책이 가장 많이 나온 분야는 부동산이지 싶다.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지원 등이 필요하면 복지 정책으로 하면 된다.

경제정책의 원칙이 가장 쉽게 무너질 때가 선거철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해동 경제부 부장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착한’ 경제정책을 가장 많이 내놓은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착한 경제정책이 가장 많이 나온 분야는 부동산이지 싶다. 문 정부는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임대차법을 전격 시행했다. 의도는 선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상승 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2년인 임대차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올해 6월부터는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를 담은 전·월세신고제까지 도입해 마침내 임대차 3법이 완성됐다. 그러나 임차인을 위한다는 임대차 3법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불러왔나.

통계청이 지난 3일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2021년 7월)을 보면, 올해 7월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1.4% 오르면서 2017년 10월과 11월(1.4%)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세는 2.0% 상승하면서 2018년 2월(2.1%)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월세는 6월과 동일하게 0.8% 올랐지만,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나마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많이 돌리면서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임대차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자 집주인들은 전·월세 신규 계약을 할 때 4년 후까지 내다보고 보증금을 크게 올리고 있다. 그랬더니 더불어민주당은 “전·월세 갱신 계약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말 누군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해야 이런 황당한 일이 끝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 정도로 지독한 아집(我執)이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착한 임대인 운동’을 권장하기도 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료를 감면하고 세액공제를 받은 착한 임대인은 개인과 법인을 합쳐 총 10만3956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전국 18만910명의 임차인에게 4734억 원의 임대료를 감면해주고 2367억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의 고귀한 뜻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착한 임대인 운동을 통해 전·월세 문제가 과연 해결됐나.

경제정책은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처럼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지원 등이 필요하면 복지 정책으로 하면 된다. 앞으로 착한 정책은 모두 복지 정책으로 일원화하고, 경제정책은 경제 자체의 논리를 존중하는 원칙(原則)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의 원칙이 가장 쉽게 무너질 때가 선거철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요즘 여야 후보 모두 저소득층, 청년층, 중산·서민층, 여성, 노령층을 위한 착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을 선택할 때 ‘착한 정책이 착한 결과를 불러오지는 않는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문 정부 임대차 3법이 착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임차인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가 좋은 반면교사가 되지 않을까.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