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준 작가 전한 중간보고 #요트생활 #팬데믹 #기후위기[육지를 떠나다]

박판석 2021. 8. 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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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매니아 제공

[OSEN=박판석 기자] 바다에서 생활하기 위해 육지로 떠난 송호준 작가가 돌아오는 여정길에 올랐다. 20여 일의 여정의 중간 보고를 전한 그의 시각은 남달랐다. 송호준 작가는 요트 위 바다 생활에 대한 통찰과 육지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생생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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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차카 가는 길

홋카이도 위쪽으로 가 쿠릴열도를 오른쪽에 두고 올라가다 4번째 큰 섬에서 다시 돌려 이번에는 쿠릴열도 남쪽으로 해서 홋카이도 밑으로 통과하여 동해로 나오는 길을 선택했다. 

많은 고래, 다양한 철새, 물개, 상어 등을 목격했다. 특히 고래가 배 바로 뒤에서 따라오며 우리를 관찰할 때를 잊을 수 없다.

쿠릴열도 2번째 섬을 지나면서 급격히 추워졌다. 4번째 섬 근처에선 7월 말의 수온이 6-8도이다. 밤에는 추워서 핫팩을 붙이고 불침번을 서야만 했다. 

쿠릴열도 섬들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보인다. 내려오는 길은 한류를 따라오다 보니 홋카이도 거의 다 와서야 수온이 오른다. 한참 새들이 보이다 상어들이 많이 보였다.

매체에도 잘 소개되지 않은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니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은하수가 보이는 수많은 별들, 끊이지 않는 안개,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래, 그리고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쿠릴열도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다음 여정에는 따듯한 난로, 좀 더 따듯한 옷, 밤에도 따듯한 차를 마실수 있는 보온병 등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를 통한 물 포집 장치 등을 만들어 끊임없는 안개 구간을 통과할 때 유용하게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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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시대에 바다에서 사는 것

원래 가려고 했던 블라디보스토크 항이 코로나로 막혔다. '이제는 육지를 떠날 때' 프로젝트 시작은 코로나 때문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코로나로 막힌 혹은 새롭게 열린 삶의 형태가 바다의 삶의 형태를 상상하게 했다.

요트를 타고 모험과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닌 요트를 타고 이런저런 바다를 떠돌면서 살기 위해선 물과 전기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이번 여행을 통해서 더욱 간절해졌다.

어떻게 경제활동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나는 작가로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창작활동을 통해서 경제활동을 유지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바다에서 미지의 세상들을 탐험하며 창작한 것들 NFT로 발행하여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를 살아가는 경제 수단으로 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NFT매니아 제공

▲ 요트와 기후 위기 그리고 자연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지구의 환경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 우주선, 자기 집에 쓰레기를 버리겠는가?  그리고 자원 역시 무한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지 않겠는가?

요트는 그야말로 작은 지구이다. 전기, 연료, 물, 음식도 제한적이어서 아껴 써야 하고 쓰레기도 함부로 요트 안에 버릴 수 없다. 요트는 바람과 파도 등 자연의 덕으로 움직이다 보니 요트에서 생활하고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끊임없이 환경과 기후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창작 활동 역시 기후, 환경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요트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바람의 방향, 속도, 파도의 크기 결들을 읽어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다. 자연을 극복하기보다는 흐름을 읽고 움직인다는 것. 서핑, 암벽, 낚시 등과 같이 요트도 결국 자연을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연에 가까운 이벤트들을 보고 해석해야 하는 상황들이지만 어떻게든 자연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했다. 자연 속에 벌어지는 현상들은 전부 랜덤이다. 공정하고 다양하며 치우치거나 편향되지 않는다.  이 당연한 가치가 오픈소스 운동, 블록체인 운동, 인공지능 알고리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세상은 소수가 비밀리에 만들어 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흐트러뜨리고 나누며 멋진 가치가 실현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좋은 랜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 떠나는 이번 캄차카 여행도 결국은 그런 세상에 대한 바람과 선언이라고 생각해 본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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