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는 '리얼' 예능, 100% 진실일까요?

아이즈 ize 글 윤준호(칼럼니스트) 2021. 8.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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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윤준호(칼럼니스트)


2010년대 들어 ‘관찰 예능’은 방송가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나홀로족의 삶을 다룬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우리새끼’, 스타들의 육아 과정을 담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는 SBS ‘동상이몽’ 등은 모두 사생활을 노출하는 관찰 예능의 갈래다. 

관찰 예능의 가장 큰 틀은 ‘리얼’(real)이다. 그동안 TV 속에서 보던 각본대로 움직이는 콩트나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스타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 포인트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이를 ‘사실’이라 믿는다. 하지만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스타는 사실만 드러내고, 시청자들은 진실만 보고 있는 것일까?

#김용건·박수홍·함소원, 리얼 예능의 부메랑을 맞다

최근 개인사로 구설에 오른 배우 김용건과 방송인 박수홍 등은 그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은 각각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 그들의 싱글 라이프를 공개했다. 김용건은 아내와 이혼 후 독신으로 살아오는 삶을 노출했고, 박수홍은 50대에 가까운 나이에도 결혼하지 않은 노총각의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김용건은 지난 2일 그와 13년 가까이 만남을 유지해왔다는 A씨가 낙태강요미수죄로 그를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도마 위에 올랐다. 김용건은 지난해 9월 또 다른 예능인 MBN ‘우리 다시 사랑할수 있을까3’에도 출연해 후배 배우인 황신혜와 핑크빛 무드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수홍은 지난달 28일 연인인 B씨와 혼인신고를 한 사실을 직접 알리면서 "만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고 스스로 말한 대목이 대중의 심기를 거스르는 도화선이 됐다. 논란이 일자 ‘햇수로 4년’일 뿐, 정확한 교제 기간은 2년7개월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달래기는 어려웠다.

여기서 엄밀히 따져보자.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는 ‘미혼’(未婚) 남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두 사람 모두 큰 틀에서 잘못을 따지기는 어렵다. 두 사람은 프로그램 출연 당시 분명 미혼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외롭다"로 말하는 순간에도 곁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김용건은 ‘나 혼자 산다’에서 "20세 연하 이성을 만나본 적도 있다"고 고백했고, 박수홍 역시 지난 연애들에 대해 직접 밝혔다. 그렇기에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것은 억울할 법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시청자들이 화가 난 이유는 무엇일까? ‘리얼 예능=진실’이라는 인식이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예능’이 아닌, ‘다큐’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TV조선 예능 ‘아내의 맛’ 출연자 함소원은 ‘조작 방송’ 논란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이 프로그램은 시즌을 중단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함소원은 이 프로그램의 주축 멤버였다. 유독 독한 에피소드가 많았기 때문에 논란이 항상 뒤따랐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이런 에피소드 중 상당수가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설정’ 혹은 ‘조작’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무리 리얼 예능이라 할 지라도 연예인이 그 속에서 100%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생활을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아 올린 연예인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 실망감 역시 더 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조작과 설정 사이

"조작이냐? 설정이냐?"

리얼 예능을 판단할 때 제작진이 매번 고민하는 지점이다. 단언컨대, 연예인이 100% 자신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관찰 예능은 없다. 큰 틀 안에서 변화는 주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 속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더욱 부각시키며 재미를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가수 김건모는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할 때 소주로 분수를 만들었다. 아무리 소주를 좋아한다 할지라도, 집 안에 소주로 분수를 만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듯 일반적이지 않은 장면이었기에 시청자들은 더욱 놀란 눈으로 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등 화제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보다 임팩트 있는 장면을 원하는 제작진과 김건모의 합작으로 완성된 설정에 가깝다. 하지만 이 과한 설정은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경고’ 조치를 받는 등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눈을 감고, 평소 즐겨보는 관찰 예능을 떠올려보자. 출연자가 음식점에 밥을 먹으러 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주문 후 밥을 맛있게 먹는다. 여러분은 어떤 장면을 보았는가? 정말 ‘리얼’이라면 이 출연자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뒷모습과 밥 먹는 모습이 밋밋하게 담겨야 한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의 모습이 식당 밖이 아니라 식당 안에서도 촬영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어느 음식점에 갈 것인지 정하고 미리 카메라를 설치해놓은 것이다. 그가 밥 먹을 때도 식탁 위를 비롯해 곳곳에 카메라 여러 대를 설치해 다양한 먹방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경우, 이 음식점이 PPL(간접광고)인 경우도 많다.

출연자들이 사는 공간은 또 어떠한가? 유독 같은 브랜드의 안마의자가 곳곳에 위치해 있고, 한 번쯤은 거기에 앉아 "어∼시원하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지 않나? 육아 예능의 경우 특정 브랜드의 장난감이나 매트, 어린이 옷이 자주 눈에 띄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이 제작비를 벌고, 예능의 재미를 돋우기 위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이를 문제 삼으며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니 조작이다"라고 주장하면 이 역시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리얼을 표방한 관찰 예능에는 대본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모든 예능에는 대본이 있다. 대본이 없다면 작가도 필요 없을 텐데, 작가 없는 예능은 없다. 물론 작가들이 출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대본화한다. 그러니 ‘조작’이라는 지적에 "억울하다"며 항변한다. 결국 조작과 설정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어느 지점까지 시청자들이 용인하고, 또 어떤 순간에 화를 낼 지 정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우리의 일상이 항상 웃음과 에피소드로 가득할 순 없듯, 주어진 시간 안에 재미를 이끌어내야 하는 예능의 성격 상 어느 정도의 설정은 불가피하다. 24시간 연예인의 모습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상황을 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또한 제작비 수급을 위해 PPL이 들어오고 이를 노출시키는 과정에서 출연진에게 평소 자주 찾는 제품이나 장소인 것처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이는 기본적인 방송의 생리인데, 시청자들에게 100%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잡음이 불거지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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