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표 안 쓰면 배에서 못 내려" 인력난 호소하는 HMM 직원들

김우영 기자 2021. 8.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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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선원이 부족해 교대조차 못 합니다.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배에서 내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HMM 선원 급여의 2.5배 수준을 주겠다는 해당 공고는 이틀 만에 마감됐다.

HMM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 같은 경우에는 선원들이 직접 화물 적재 계획을 세우고 하역 감독, 안전 관리를 책임진다.

HMM 해상노조(선원노조)에 따르면 세계 1위 글로벌 선사 머크스의 전체 수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6.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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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선원이 부족해 교대조차 못 합니다.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배에서 내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HMM의 이등 항해사 A씨는 지난 5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근무했다. 평일, 주말 구분도 없었다. A씨의 5월달 근무시간은 총 306시간 30분. 매일 거의 10시간씩 31일을 일한 셈이다. 그의 초과근무 시간은 156시간 30분이었으나 회사는 104시간만 인정했다. 50시간 이상을 보상 없이 근무한 셈이다. 이런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급여 수준은 다른 선사보다 터무니없이 낮아 불만이 곪을 대로 곪은 상태다.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직원 처우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발단은 코로나19로 하선이 어려워지면서 근무 강도가 높아진 데 있지만, 근본 원인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저임금에 있다. HMM 선원들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임금이 동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 임직원 1519명의 작년 평균 연봉은 6250만원이었다. 팬오션, 고려해운보다 1000만~2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선원 유출 문제다.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HMM을 떠난 선원은 99명에 달한다. 전체 선원 5명 중 1명꼴이다. HMM을 떠난 선원들이 갈 곳은 사실상 해외 선사밖에 없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선사에서 일하는 한국 선원은 2179명이었지만, 지난달 말 28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세계 2대 선사 MSC가 채용 공고를 냈는데 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 선원이 대상이었다. 국내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해운사는 HMM뿐인 만큼, 사실상 HMM 선원들을 겨냥한 채용 공고였다. HMM 선원 급여의 2.5배 수준을 주겠다는 해당 공고는 이틀 만에 마감됐다.

해운업에서 배만큼이나 중요한 게 선원이다. 선체뿐 아니라 갑판부터 엔진까지 모두 사람이 일일이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HMM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 같은 경우에는 선원들이 직접 화물 적재 계획을 세우고 하역 감독, 안전 관리를 책임진다. MSC의 채용 공고에서 알 수 있듯 초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선원은 귀한 인재로 꼽힌다. 올해 3월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했던 좌초 사건처럼 선원들의 운항능력이 배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인력 유출은 회사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HMM 해상노조(선원노조)에 따르면 세계 1위 글로벌 선사 머크스의 전체 수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6.9%다. 반면 HMM의 경우 1.6%에 불과하다. HMM 노조는 임금을 25%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25%를 올려도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 수준이다.

HMM은 과거 회사가 어려울 때 채권단의 도움을 받았고 3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회사와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이 전액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선원들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려주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HMM은 올해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돈을 벌었고 연간 영업이익은 5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산업은행도 올해 6월 보유 중인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해 2조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노조의 요구를 100% 수용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장기간 임금 동결로 회사의 정상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직원들에게 타당한 수준의 보상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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