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적으로 번지는 그리스 산불
[경향신문]
그리스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대 올림픽 발상지도 산불로 위협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크고 작은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쪽에 있는 고대 올림픽 발상지 올림피아도 산불 발생지 중 하나이다. 올림픽 성화가 채화되는 헤라 신전과 올림피아 경기장 유적지 인근 발생한 불이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지중해 인근은 여름철 비가 잘 오지 않는 데다 최근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당국은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불길이 잡힌 곳에 며칠 뒤 다시 불꽃이 치솟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림피아 산불 현장을 찾은 키리아코스 미초카티스 총리는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수도 아테네에서도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일부 주민들은 대피했다. 아테네 북부 에비아 지역에서는 산불을 피해 해안까지 밀려난 마을 주민 85명이 당국의 보트로 가까스로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간 엘레프테로스 티포스는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국토 전역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인근 국가들도 산불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터키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역 화력발전소 쪽으로 불길이 번져 당국을 긴장시켰다. 당국은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발전소 내 인화물질을 제거했다. 발칸반도의 북마케도니아는 이날 30일 시한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최근 1명이 산불로 사망한 알바니아도 ‘위급’ 수준의 경보 단계를 내렸다. 유럽연합(EU) 위성 모니터링팀은 화재 강도를 나타내는 ‘레디에이티브 파워’가 2003년 이후 전례없는 수준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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