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골퍼가 온다]③"위아래로 2백만원, 없어서 못 판다"..골프웨어 플렉스

배지윤 기자 2021. 8. 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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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에 지갑 여는 2030
MZ세대 유입 늘자 패션계도 골프 브랜드 모시기 '경쟁'

[편집자주]'골린이'(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가 대한민국 골프 산업을 뿌리부터 바꿔놓고 있다. 해외여행이 막힌 2030세대가 대거 골프로 유입되면서 골프 용품과 패션, 문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은 필드에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기 위해 의류는 물론 골프 클럽과 용품에 수백만원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스포츠 종목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골프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Z세대 유입이 골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분석해 봤다.

제이린드버그 SS 컬렉션.© 뉴스1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한벌에 200만원을 넘는 고가 골프웨어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린 위에 등장한 2030 골퍼들이 화려한 색상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한 고가 골프웨어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보복 소비'가 명품에 이어 고가 골프웨어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제이린드버그·지포어·PXG 어패럴 등 하이엔드급 골프웨어 브랜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캘러웨이나 테일러메이드 등 용품에 집중했던 골프 브랜드들도 잇달아 의류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 패션업체들도 골프 의류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 '춘추전국시대'에 접어 들었다.

◇하이엔드 브랜드에 지갑여는 MZ세대 6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골프 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 9조원 2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프 산업의 성장세에 따라 골프웨어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뽐내는 MZ세대(1995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는 골프웨어 업계 이른바 '큰 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코로나19 억눌린 소비 심리를 분출하는 '보복 소비'를 주도하는 주력 세대로 값비싼 물건이더라도 만족감이 크다면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이엔드 골프웨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MZ세대 골퍼가 대거 유입되면서 부터다. 이들 사이에서 자리잡은 '플렉스 문화'(자신을 부를 과시하는 문화) 덕분에 중저가 골프웨어 대신 값비싼 하이엔드 브랜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에서 상·하의부터 액세서리까지 구매하면 약 2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티셔츠·바람막이부터 스커트 한 벌에 각 30만~50만원을 육박하는 데다 모자 하나에도 10만~20만원대의 비용이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라운드 시 하이엔드 원 브랜드로 한 벌을 맞추려면 100만~200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다만 2030 골퍼는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세대로 고가의 가격이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에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FnC가 지난 2월 론칭한 골프 브랜드 '지포어'.© 뉴스1

◇제이린드버그·지포어·PXG "불티나게 팔리네" 이처럼 MZ세대가 하이엔드 골프웨어에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관련 브랜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스웨덴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럭셔리 골프 브랜드 '지포어'도 올 2월 정식 론칭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신세계 강남점·현대 무역센터점·더현대서울· 롯데 본점 등 8개 매장을 순차적으로 개점했으며, 론칭 후 3개월 매출은 목표 대비 '2배' 이상을 달성했다.

PXG어패럴도 화려함 대신 '블랙&화이트' 콘셉트를 택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PXG 라이선스를 확보한 '로저나인'의 지난해 매출은 71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년 대비 64.4% 증가한 것.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 늘어난 197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몰에서도 하이엔드 골프웨어 브랜드 모시기에 한창이다. 신규 온라인몰 가입자를 늘리고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실제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는 지난 16일~29일 열린 골프웨어 기획전을 진행한 결과 골프웨어 매출이 이전 2주 대비 710% 가량 폭증했다. 특히 MZ세대가 주를 이루는 25~44세가 4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자사몰도 하이엔드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몰 SSF샵은 지난 4월 PXG어패럴을 입점시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스웨덴 골프웨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를 수입·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 '마크앤로나'도 입점시키며 자사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날개단 골프 산업…골프 브랜드 인수전 '후끈'

골프웨어 브랜드의 인기가 날로 치솟자 패션계에서도 골프웨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PXG·타이틀리스트 등 명문 골프 용품 브랜드의 어패럴 사업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패션계에서도 골프 브랜드 모시기 쟁탈전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MLB·디스커버리 등을 운영하는 F&F가 미국 테일러메이드를 인수전에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글로벌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제 2의 휠라'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휠라홀딩스는 지난 2011년 타이틀리스트·풋조이를 전개하는 아쿠쉬네트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특히 골프 산업 호황으로 휠라홀딩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휠라홀딩스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아쿠쉬네트(1조9024억원)의 비중은 61%에 달한다.

아울러 캘러웨이골프 코리아도 2013년부터 한성에프아이에서 라이선스 방식으로 전개해오던 캘러웨이 어패럴을 지난달 1일부터 직접 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골프 용품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골프웨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구상이다.

업게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침체된 패션업계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카테고리는 골프웨어"라며 "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의류 단가가 타 의류 대비 비싼 만큼 정체기에 이른 패션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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