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여름 벌판/손성진 논설고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눈이 부셔 뜰 수가 없다.
지난겨울의 황량한 들판은 폭발할 것처럼 무성하게 자란 벼들로 넘실댄다.
하늘과 숲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초록의 절정.
벼가 자라는 들판을 만나려면 차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눈이 부셔 뜰 수가 없다. 지난겨울의 황량한 들판은 폭발할 것처럼 무성하게 자란 벼들로 넘실댄다. 하늘과 숲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초록의 절정.
벌레가 잎을 갉아먹듯 아파트들은 서울에서 먼 쪽의 논바닥을 점점 파먹어 들어간다. 벼가 자라는 들판을 만나려면 차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 한다.
장미의 붉음이 황홀하다 한들 깊고 넓은 저 초록의 심해에 견줄 수 있을까.
그냥 씨를 뿌려 놓는다고 짙은 녹색의 결실이 생길 리 없다.
서 있기만 해도 속곳까지 젖는 더위 속에서 농부는 굵은 땀을 흘리며 벌판을 가꾸었다. 땀은 방울방울 떨어져 자라나는 벼들의 거름이 됐으리라.
농부의 힘만으로 옹골찬 열매를 얻을 수 없다. 때맞춰 쬐어 주고 퍼부어 주고 불어 주는 태양과 비와 바람이 없다면 곡식이 제대로 영글지 않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걸작이 경이롭기만 하다. 어떤 창조물을 이보다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쪽에서는 벌써 여물어 가는 벼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올가을 햅쌀은 단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깊은 뜻을 되새기며 먹을 것 같다. 인간의 땀방울과 자연의 섭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76세 김용건 아이 낳겠다는 여성…“소송 계속” 이유는
- “더는 못 참아” 박수홍, 부인 의혹에 김용호 고소
- “나라면 울었을 것”…日선수 금메달 깨문 시장 뭇매
- “막장드라마” 의사 형부와 불륜…위자료 낸 배우
- “이러라고 너를 올림픽 보냈나”...은메달 中선수, 빗발치는 비난에 눈물의 사죄
- “시끄럽다”…같은 병실 환자 코·입 막아 숨지게 한 70대
- “韓언론이 日선수 방해”...잇따른 올림픽 ‘혐한’
- “차벽도 못 막는다”…전광훈 국민혁명당, 광화문 집회 강행 의지
- 항공편 취소에 시간 때우려 즉석 복권 긁었다 11억 당첨
- 해리포터 美 출판사 회장은 왜 내연녀에게 전 재산 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