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집 안에 '갇혀' 일해보니

최연진 기자 2021. 8.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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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기계적으로 머리를 감았다. 주방에서 대충 아침 식사를 하고 옷을 갖춰 입고 출근했다.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출근길은 언제나 멀다. 그래도 가까스로 거실 테이블 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코로나 시대, 끝이 보이지 않는 재택근무자가 찾은 그 나름의 습관이다. 프랑스 연수 시절 특파원 선배들이 정장을 갖춰 입고 안방에서 골방으로 출근했다는 얘기를 듣고 ‘뭐 그렇게까지?’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났다. 왜 웃었을까. 머쓱해하며 안방에서 거실로 출근했다. 이게 일종의 연금(軟禁)인가도 싶었다.

/일러스트=양진경

오전 업무를 끝내고 나니 점심시간이 됐다. 평소 같으면 취재원들을 만나 나라 걱정, 세상 걱정 같은 각종 걱정을 다 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거리 두기 4단계 수칙’이 도입된 이후엔 그마저도 쉽지 않다. 냉동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3분 돌려 먹고 나니 소중한 점심시간이 10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동네라도 한 바퀴 돌까 하다가, 폭염을 견딜 엄두가 안 나 포기하고 말았다.

친정에서 연락이 왔다. 엄마가 아프다. 큰 병원에 가려면 일단 우리 집에 모셔야 했다. 불현듯 포털 검색 창부터 열어 검색어를 넣었다. ‘집합 금지 직계가족’. ‘두 명 사는 집인데 엄마가 와도 되나?’ 이러는 중에도 방역 수칙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다소 어이없었다. 정확한 답을 찾기도 어려웠다.

얼굴 보고 얘기하면 1분이면 끝날 업무가, 메신저로는 1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잘 진전되지 않았다. 며칠 뒤 인터뷰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사진 촬영 때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벗어야 하는지 물었다.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하기가 뭣해서 “아이고, 만나서 얘기하시죠”라고 일단 얼버무렸다. 또다시 포털 검색 창에 의존해야 했다. 역시 답이 명확히 나오지는 않았다.

오후 7시, 그토록 기다렸던 퇴근이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보통 때라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만나 회사 욕, 나라 욕, 동료 욕, 별별 욕을 다 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 기억은 이미 가물가물하고, 또다시 ‘혼밥’을 준비했다. 배달 앱으로 뭘 시켜도 1시간이 걸린다고 나왔다. 남들도 나랑 똑같이 지금 홀로 저녁을 시키나 보다, 별게 다 위안이 됐다.

‘거실 사무실’에서 일어서자 갖은 집안일거리가 눈에 띄었다. 내가 퇴근을 한 건지, 출근을 한 건지 헷갈렸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온종일 외면당하던 고양이들이 귀신같이 다가와 야옹거린다. 처음으로 입 밖으로 사람 말을 뱉었다. “외로웠어? 미안해.”

다들 엇비슷하다. 하루 내내 랜선 동료들과 일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피해 다니고, 혼자 있는 시간을 혼자가 아닌 시간으로 채우려 애쓴다. ‘집에 있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 한다면 마땅히 할 말은 없지만 왠지 억울함이 따라온다. ‘괜찮으냐’는 물음에는 답을 하기 쉽지 않다. 괜찮지 않다.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 ‘코로나 블루’. 심상치 않음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보건복지부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성인 8명 중 1명이 ‘최근 2주 사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우울 평균 점수(5.8점, 5.6점)가 전체 평균(5.0점)보다 높았다.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공(公)과 사(私) 구분이 무너지고 정서적 교류가 줄어든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일도 또 오늘을 살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나다니고, 동료들과 떠들 그날을 기다리면서. 정부의 방역 수칙이라는 건 매번 오락가락 뜬구름 같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최대한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정책 결정자들은 아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하루 이틀을 이렇게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다 같이 웃으며 만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내려놓지 않는 게 오늘의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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