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6] 국기(國技)와 양궁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2021. 8.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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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국기(國技)는 일본에서 유래한 말이다. 에도 시대에 무가(武家) 사회에서 유행하던 바둑을 국기라고 부르던 것이 시초였다. 당초 무예나 스포츠와는 무관한 의미였다. 국기가 스포츠와 연결된 것은 메이지 시대 들어서다. 1909년 도쿄 료고쿠(兩國)에 스모 전용 상설관이 처음 건립되었는데, 당시 유명 작가인 에미 스이인(江見水蔭)이 추천사에서 “스모는 일본의 국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건물 이름이 ‘국기관(館)’으로 정해진 것이 계기였다. 이후 료고쿠 국기관의 성공에 힘입어 일본 각지에 스모 경기장이 국기관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되면서 국기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본래 확고한 뜻이 있던 것이 아니라 스모 띄우기용으로 멋있어 보이는 말을 갖다 붙인 것이기에 국기에 대한 정의는 지금도 불명확하다. 그 나라 역사, 문화와 밀접한 전통 무예나 운동을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나라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거나,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스포츠를 의미할 때도 있다. 무엇이 국기인지는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에 바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드물게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국가 스포츠(national sports)’를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스모나 미국의 야구 등은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로, 특별히 지정된 국기가 없기에 미국에서는 미식축구, 일본에서는 유도 등이 국기로 거론되기도 한다. 반면 지난 2018년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권도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태권도 진흥법’이 제정된 것은 후자에 속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국 양궁팀의 활약이 눈부셨다. 여자 단체 9연패, 개인 3관왕 등 진기록을 남기며 금메달 5개 중 4개를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예부터 활쏘기에 능한 민족이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세계 최강 양궁 대표팀을 보고 있노라면, 법령이야 어찌 되어 있건 양궁도 한국의 국기라 할 만하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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