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1] 길거리에서 욕하기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1. 8.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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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罵詈)는 남을 사납게 욕하는 행위다. 우리는 보통 ‘욕설(辱說)’ 정도로 적지만 한자의 그 표현은 매우 풍부하다. 대개는 비난(非難)과 배척(排斥)의 뜻을 다 품고 있다. 책비(責備)와 질책(叱責), 비방(誹謗), 미사(微辭) 등으로도 적는다.

/일러스트=박상훈

그래도 남을 헐뜯는 욕설의 대표 한자는 매(罵)다. 심하게 남을 비난하면 보통 매도(罵倒)라고 한다. 아주 강도 높은 경우에는 통매(痛罵)다. 비웃거나 조롱하며 욕설을 이어가는 행위도 있다. 소매(笑罵)와 조매(嘲罵)다.

병법(兵法) 수준까지 오른 욕설이 있다. “뽕나무 가리키면서 회화나무 나무라다”라는 뜻의 성어 지상매괴(指桑罵槐)다. 엉뚱한 대상을 끌어들여 실제 욕하려는 대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 바퀴 돌려서 목적을 달성하는 우회적 전술의 하나다.

욕으로 빚어진 중국 민간 전통이 하나 있다. 거리에 나가 뚜렷하지 않은 대상을 향해 마구 욕설을 뱉어내는 ‘매가(罵街)’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분노를 풀거나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다.

성어로 자리 잡기도 했다. ‘사나운 아낙이 거리에 나서 마구 욕을 퍼붓다’라는 뜻의 발부매가(潑婦罵街)다. 꽤 긴 시간 동안 귀에 담기 힘들 정도의 상소리를 내뱉는 것으로 유명해 성어 반열까지 올랐다.

이 전통 때문인가. 도쿄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드러낸 중국 선수의 행위가 화제다. 경기 중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줄곧 외쳤다. 국기(國旗)를 가슴에 단 국가 대표 선수가 할 일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당국은 침묵하고, 네티즌들은 “가장 아름다운 중국어”라며 옹호한다.

이 정도면 중국은 도덕과 양식(良識)의 ‘집단적 마비 상태’ 아닐지 모르겠다. 제 전통 속 폐습을 돌아보며 고치는 일도 그 나라가 지닌 문화적 역량의 하나다. 중국은 그런 성찰(省察)과 개선(改善)의 힘을 회복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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