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광장 끌려나온 中 빅테크들

오로라 기자 2021. 8. 6.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중국 최대 승차 공유 기업인 디디추싱은 지난달 4일 당국 명령으로 현지 앱마켓에서 퇴출당한 후 “관할 부처의 지도(指導)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부가 반대한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일방적 보복을 당하고도 당국을 추켜세운 것이다. 지난달 23일엔 당국의 사교육 규제로 중국 교육 업체들의 주가가 하루 만에 40~70% 폭락하며 패닉에 빠졌다. 그럼에도 대표 피해 기업인 신둥팡교육은 “당과 정부의 결정을 결단코 옹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반독점법 위반으로 3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급 과징금을 부과받은 알리바바는 억울하다는 말조차 없었다. 대신 ‘결단 복종’이라는 네 글자로 정부 앞에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정부의 횡포 앞에 바짝 엎드린 중국 빅테크 기업들을 보고 있자면, 책이나 영화 속에서나 봤던 문화대혁명 시절의 ‘피더우후이(批鬪會·비판 대회)’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당시 중국 지식인과 자본가들은 광장에서 목에 ‘반동분자’라는 팻말을 걸고 탈진할 때까지 자기 과오를 고백하도록 강요받았다. 오늘날 자아비판 하는 주체는 기업으로, 이에 침을 뱉는 홍위병은 애국주의 사상이 짙은 ‘링링허우(2000년대 이후 출생)’ 네티즌으로 바뀌었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자본과 능력, 혁신 기술로 대표되는 자유주의를 모욕하고 벌을 주는 방식으로 전체주의 체제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달 30일 빅테크 기업 25곳을 소집해 문제를 명시하지도 않은 채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비판 대회가 부활한 것은 중국 당국이 공산당 권력 강화와 유지를 어떤 가치보다 앞서 추구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경제 발전이 핵심 과제라며 있는 규제까지 풀어주며 특혜를 줬던 과거와 달리, 거대해진 자본이 정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마오쩌둥에게 버금가는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서는 부를 거머쥐며 젊은이들의 본보기로 떠오른 마윈·마화텅 같은 테크 기업인들이 달가울 리 없다.

과거의 문화대혁명은 한 나라의 역사 속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현대 중국의 빅테크 비판 대회는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발 규제 리스크에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시총은 7월 한 달에만 4000억달러(약 458조원) 증발했다. 소프트뱅크 같은 대기업은 물론 전 세계 개미 투자자들도 막대한 손해를 보며 “중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불만을 쏟아낸다. 지난 3일엔 중국 관영 매체의 “게임은 정신 아편”이라는 보도에 한·중·일 주식시장에서 게임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국내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중국 매체의 기사 한 줄에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황당할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중국의 신(新)전체주의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독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