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금강산과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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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산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대체로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명산을 꼽을 텐데, '우리나라'의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키워 본다면 십중팔구 금강산이나 백두산을 꼽기 쉽다.
이 점에서 서울에 살면서 한 계절에 한번이나마 북한산을 찾는 사람이 금강산을 못 가 보는 걸 애통해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가까이 있는 좋은 산은 가 볼 생각도 안 하면서 유독 못 가는 산만 쳐다보고 산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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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박지원은 뜻밖의 의견을 남겼다. “전에 언젠가 나는 한양의 도봉산과 삼각산이 금강산보다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금강산은 그 골짜기가 일만이천봉으로 기이하고 높고 웅장하고 깊지 않은 게 없다. 들짐승이 움켜쥔 듯, 새가 날아오르는 듯, 신선이 허공으로 치솟는 듯,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있는 듯 각양각색이다. 일찍이 신광온과 함께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을 멀리 바라다본 일이 있는데, 마침 가을 날씨가 푸른 가운데 석양빛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그야말로 천하의 기이한 모습이지만 윤기 나는 자태가 없어서 금강산을 위해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도강록’, 열하일기)
금강산이 명성을 얻게 된 데는 기암괴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산이라고 하면 돌만 있는 게 아니고 흙도 있으며, 흙이 있어야 숲이 울창해지는 법이다. 이 점에서 박지원은 흙만 있는 흙산은 원만하고 온화하지만 특별하고 기이한 맛이 적고, 돌만 있는 돌산은 특별하고 기이하지만 원만하고 온화한 맛이 적다고 파악한 듯하다. 산에 있어서 돌과 흙의 황금비율이 얼마 정도인지는 객관적인 기준을 잡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균형이 잘 맞는 산으로 서울의 도봉산과 북한산(삼각산)을 꼽았던 것 같다.
이 점에서 서울에 살면서 한 계절에 한번이나마 북한산을 찾는 사람이 금강산을 못 가 보는 걸 애통해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가까이 있는 좋은 산은 가 볼 생각도 안 하면서 유독 못 가는 산만 쳐다보고 산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금강산은 기이한 맛에 좋은 걸 알고, 북한산은 온화한 맛에 좋다 여기고 즐길 때, 금강산도 살고 북한산도 산다. 거꾸로 금강산은 온화함이 적으니 문제고, 북한산은 기이한 맛이 적으니 안타깝다고만 여길 때, 금강산도 죽고 북한산도 죽는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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