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삶과철학] 유전공학적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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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포츠 경기를 위한 약물에 비해 기억력이나 인내력 등의 정신 능력을 확실히 향상하는 약물이 아직 없어서 그렇지, 만약 있다면 도핑 논란은 스포츠 이외의 영역에서도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공학이 발달해 약물의 안전성 문제도 해결되고 누구나 복용할 수 있어서 공평성 문제도 해결된다면 유전공학적 향상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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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전공학이 발달해 약물의 안전성 문제도 해결되고 누구나 복용할 수 있어서 공평성 문제도 해결된다면 유전공학적 향상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질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약물을 먹고 달리기를 더 잘하게 되고 머리가 더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뭔가 불편하다. 자율성의 침해를 그 ‘불편함’의 이유로 드는 철학자가 많다. 신체든 두뇌든 새로 태어날 아이의 유전적 구성을 부모가 선택하는 것은 아이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지금도 아이가 태어날 때 아이가 자신의 키나 지능지수를 자율적으로 고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인 운동선수가 약물을 자율적으로 복용해도 여전히 불편한데, 이는 자율권 침해로 설명이 안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은 우리의 능력이나 성취는 선물로 주어진 것인데, 유전공학적 향상은 그 가치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키가 크고 머리가 좋더라도 어느 정도는 우연히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겸손한 마음을 가지며,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연대감을 느낀다. 그러나 향상 기술을 이용해서 그것을 갖게 된다면 그런 겸손이나 연대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애쓰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다. 지금은 키가 작거나 머리가 좋지 않더라도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기에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향상 기술이 보편화되면 그것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비난받게 되기 때문이다.
최훈 강원대 교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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