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소녀 집단 성폭행·살해에 발칵 뒤집힌 인도
[경향신문]
승려 포함 남성 4명이 범행
부검 우려 강제로 화장까지
분노한 시민들 나흘째 시위
인도에서 카스트 계급의 최하층인 ‘달리트’ 출신 9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당한 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항의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는 등 달리트 여성 인권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 델리 주정부는 4일(현지시간) 힌두교 승려 등 남성 4명이 델리 남서부 지역의 한 화장장에서 9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강제로 화장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고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매체가 전했다. 피해 소녀는 지난 1일 델리 남서부 지역의 힌두교가 운영하는 화장장 정수시설에 물을 구하러 갔다가 주검이 됐다.
소녀의 어머니는 화장장을 운영하는 힌두교 승려 라디 샤암(55)으로부터 “딸이 정수시설에서 물을 긷다가 감전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신을 확인한 소녀의 어머니는 “딸의 몸에 멍이 있었고 옷이 젖어 있었다”면서 “승려가 거짓말을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유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샤암과 화장터 직원들은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의 장기가 부검으로 적출될 것”이라면서 소녀의 주검을 강제로 화장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델리에서는 이날까지 나흘째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 수백명이 “어린 소녀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일부 시위대는 용의자에 대한 사형을 요구했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 대표인 라훌 간디가 이날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달리트의 딸도 나라의 딸”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도 “유가족에게 보상금 100만루피(1500만원)를 지원하고, 변호사 수임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헌법으로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불가촉천민으로 분류되는 달리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이 남아 있다. 카스트에 따르면 인도인의 신분은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귀족·무사), 바이샤(평민), 수드라(노예) 등 4개 계급으로 구분된다. 달리트는 이 4개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최하층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달리트는 더 높은 카스트 계급과 같은 우물을 쓸 수 없고, 달리트 아이들은 교실에서도 뒤쪽에 앉게 된다”고 설명했다.
달리트 여성은 신분차별과 성차별이라는 이중 차별을 받는다고 현지 매체 인디아투데이가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15분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데 피해자 다수가 달리트 여성이다. 매일 달리트 여성 10명의 강간 피해가 보고된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의 들판에서 일하던 19세 달리트 여성이 남성 4명에게 집단 강간당한 후 살해돼 전국에서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주 경찰은 강간 혐의를 축소 수사하고, 피해자의 시신을 강제로 화장해 비판받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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