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색만 따지는 중국..메달 따도 씁쓸한 대만·홍콩
[경향신문]
중국, 올림픽 민족주의 고조…“은메달 망신, 지면 배신자”
대만, ‘하나의 중국’에 국호 못 써…홍콩, 중국 국가에 반감
‘차이나, 차이니스 타이베이, 홍콩 차이나’.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중국과 대만, 홍콩의 공식 명칭이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임을 내세우는 세 개의 팀이 이번 올림픽에 각기 다른 명칭으로 참가했다. 세 팀 모두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올림픽을 바라보는 각국 시민들의 시선과 감정은 사뭇 다르다.
■중국의 민족주의 고양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압박 속에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애국심을 한껏 고양하고 있다. 지난 4일까지 금메달 32개를 획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국은 자국 선수들의 성적에 집착하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중국이 도쿄 올림픽에서 해외에서 거둔 최고 성적인 금메달 38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중국인들의 고조된 민족주의는 상대국 선수뿐 아니라 자국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은메달을 획득한 탁구 혼합복식팀이 누리꾼들의 비난에 직면해 고개를 숙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누리꾼들은 경기 이후 “국민을 실망시켰다” “나라를 망쳤다”는 비난을 쏟아냈고, 대표팀은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BBC는 “중국의 민족주의 열풍은 올림픽 메달을 스포츠에서의 영광 이상의 것으로 만들었다”며 “경쟁에서 패하면 나라를 실망시킨 배신자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개막식을 생중계하던 일본 NHK 앵커가 대만을 ‘차이니스 타이베이’ 대신 ‘타이완’이라고 지칭하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어떤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지난달 31일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에서 대만에 패한 중국 선수들에게는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대만 출신 연예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만 선수들을 응원하며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썼다가 광고 계약이 줄줄이 해지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올림픽이 씁쓸한 대만·홍콩
대만도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비롯해 모두 11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마냥 기쁘게만 바라보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 때문에 1981년 이후 올림픽을 비롯한 모든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국호를 쓰지 못하고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명칭으로 참가하고 있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서 우승한 왕치린 선수는 SNS에 “난 대만에서 왔다”는 글을 남겼고, 누리꾼들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명칭은 없어져야 한다”며 국호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올림픽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홍콩인들도 마찬가지다. 홍콩 선수들도 도쿄 올림픽에서 25년 만에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홍콩 선수의 펜싱 금메달 획득 당시 중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것을 보며 야유를 보낸 40대 남성이 국가법(國歌法)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홍콩인들은 달라진 홍콩의 현실을 자각해야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인 수만명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에 줄을 서고 자부심을 공유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며 “이번 올림픽에서 강한 반중 정서가 표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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