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대1 청약률, 알고보니 2.9대1.. "부동산 무능정부, 산수도 못하나"

오경묵 기자 2021. 8. 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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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성남 복정1지구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혼인 A씨 부부는 지난달 29일 남양주 진접 A3블록에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을 넣었다. 닷새 뒤, A씨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청약 경쟁률을 보고는 뛸 듯이 기뻐했다. 자신이 청약한 A3 블록 55㎡ 주택형이 197가구 모집에 172명이 신청해 경쟁률 0.9대 1, 다시말해 ‘미달’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지인들이 “축하한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내집마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시간 뒤, ‘국토부의 경쟁률 계산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을 놓고 정부가 경쟁률을 축소 발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공공분양 특별공급’과 ‘신혼희망타운’을 나눠 배정물량과 신청자수를 공개했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률을 계산해 공개했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내에서도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만 기회를 주는 ‘지역별 우선배정’ 물량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아 일부 지역의 경우 실제보다 경쟁률이 낮게 발표됐다는 지적이다.

남양주 진접2지구에서는 총 439가구가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되고, 그 중 A씨가 청약한 A3 블록 55㎡는 197가구다. 그런데 이 지역은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공급 물량의 30%가 우선 배정되고, 경기도 거주자에게 20%, 수도권 거주자에게 나머지 50%가 배정된다. 172명이 신청해 ‘미달’인 것처럼 표기된 A3 블록 55㎡의 경우 ‘남양주 거주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59가구에 불과하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경쟁률은 당초 정부 발표보다 3배 이상 높은 2.9대 1로 올라간다. 진접2지구 신혼희망타운 전체를 놓고 보면 경쟁률은 1.3대 1이 아닌 4.35대 1이다.

인천 계양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공급물량 가운데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50%, 수도권 거주자에게 50%가 배정된다. 인천 계양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341가구 모집에 2619명이 청약을 넣어 7.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절반인 171가구고, 이를 감안하면 해당 지역 거주자들의 실질 경쟁률은 15.2대 1로 치솟는다.

위례 신혼희망타운은 418가구 모집에 1172명이 사전청약을 넣었다. 국토부가 발표한 경쟁률은 2.8대 1이다. 이 지역도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30%가 배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실질 경쟁률은 9.3대 1로 추정된다. 해당 지역 거주자들에게 공급물량 전부가 배정된 성남복정과 의왕청계를 제외한 다른 지역 모두에 경쟁률 축소 논란이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오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3일 발표한 신혼희망타운 청약경쟁률은 중간집계 결과”라며 “사전청약의 경우 100% 해당지역에 공급하는 곳이 있어 해당지역과 수도권 거주자를 구분해 접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신혼희망타운 청약 접수는 해당 지역과 수도권 거주자를 구분하지 않고 진행되는데, 사전청약 특성상 구분해 청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산수를 할 줄 모르거나, 통계를 조작하려고 했는데 실패했거나”, “부동산 무능 정부의 현주소”, “아마추어에게 나라 살림을 맡긴 죄” 등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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