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할 줄 몰라 가족 볼 면목 없습니다"..어느 40대 가장의 눈물

박상길 2021. 8. 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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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정부세종청사 옥상 공원에서 공무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전국에서 아파트 청약이 가능한 세종시의 청약 제도를 폐지해 부동산 투기 수요를 막고 무주택 실거주자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래 아파트 청약 대상은 해당지역 100%가 원칙이지만 세종시는 현재 세종시에 50%를 할당하고 나머지 50%는 그외 전국에 푼다. 세종시만 특이하게 전국 국민에게 청약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세종시 인구 유입을 늘린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 이슈와 함께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위가격 기준으로 서울보다 비싼 곳이 됐다.

특히 최근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제도가 폐지되면서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지자 실거주가 아닌 전매를 목적으로 한 투자 수요가 지나치게 많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한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분양자의 60%는 충청권 거주자였으나 나머지 40%는 다른 지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심의 척도로 간주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일 '세종시 전국 기타 지역 청약 제도 폐지를 통해 부동산 투기 근절이 꼭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40대 무주택자이자 세 자녀를 둔 가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청원인 A씨는 세종시로 이사온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A씨는 "세종에 전혀 연고도 없고 직장도 매일 왕복 2시간 출퇴근할 정도로 멀지만 언젠가는 청약에 당첨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시 초기 정착 시기에는 미분양도 많았고 도시의 발전을 위한 인구 유입을 위해 기타 전국 지역 50% 청약을 도입한 사실을 나중에 알았고 이해는 되었지만 지금은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종시 인구 목표가 읍면동 30만을 제외한 도시 목표인 50만에 근접하는 37만명 수준으로 이제는 세종시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으로 개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에 이제 좀 정이 들어가는데 다시 원래 살던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정말 고민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부동산 투기에 부자도 모르는 정말 무능한 가장이라서 가족들에게 정말 면목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세종시 거주자는 다른 지역 당해 청약이 불가한데 다른 지역은 세종시 기타 지역 청약이 가능한 이런 역차별적인 지금의 세종시 청약 제도는 새로운 인구 유입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저처럼 이전부터 거주하던 무주택자들이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다시 유출되는 현상부터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고 부연했다.

또 "저도 지금 세종시에 거주 한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아 당해 지역 청약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그렇더라도 세종시에 먼저 와서 살고 있는 당해 지역 거주민들의 청약 제도 역차별은 꼭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세종시 청약 제도에서 비롯된 국가적인 현안인 부동산 투기 근절과 무주택 세종 시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부디 져버리지 말고 '세종시 청약 제도 중 기타 지역 50% 폐지'를 꼭 부탁드린다"고 했다.

세종시는 이날 전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시내 주택 공급(기타지역 공급)을 폐지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재차 건의했다. 최근 청약이 이뤄진 '세종 자이 더 시티' 아파트 청약에 24만명이 참여하는 등 '로또 청약'이라 불릴 정도로 과열 경쟁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세종 자이더시티 평균 경쟁률은 199.7대 1로 전체 청약자의 85%(20만명 이상)가 세종시민이 아닌 기타지역 신청자였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한 데다 이전기관 공무원에 대한 특별공급까지 폐지되면서 전국에서 시세 차익을 기대한 수요가 몰렸다.

시는 전국구 청약 제도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며 올해 2월과 6월 두 차례 국토부와 행복청에 기타지역 주택 공급 폐지를 건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주택 가격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 투기의 대상이 된 만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올백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이미 세종시는 주택가격과 공시지가 상승률이 전국 최고이고 매력 있는 도시로 성장해 투기의 대상이 되는 만큼 새로운 인구 유입을 염두한 제도보다는 적어도 타 지역과 동일한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거주 목적의 지역 우선 거주자에게 청약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면에서 세종시와 일정 반경 이하의 지역거주자에게 청약기회를 더 열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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