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초를 지켜주세요"..태국, 바닷가서 특정 선크림 사용 금지

김윤나영 기자 2021. 8. 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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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만 남부 켄팅 주변 바닷속 산호가 지난해 8월 서서히 죽어가는 백화 현상을 겪고 있는 모습을 그린피스가 사진으로 촬영했다. 그린피스 화면 갈무리


태국 정부가 주요 해양 관광지에서 산호초를 파괴하는 화학물질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했다. 태국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규제한 첫 아시아 국가가 됐다.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은 5일 모든 해양국립공원에서 산호초를 파괴하는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했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금지된 성분은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부틸파라벤, 4-메틸벤질리덴 캠퍼 등 4가지다. 어기는 사람에게는 최대 10만바트(3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 관계자는 “해양국립공원을 찾는 패키지여행 관광객의 80~90%가 다이빙을 하는데, 방문객들에게 미리 금지 사항을 설명해줄 것을 여행사에 요청했다”면서 “공원 관리들이 금지 성분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 제품을 일시 보관했다가 관광객이 떠날 때 다시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시중에 판매되는 선크림의 70%에 들어갈 정도로 흔한 성분이다. 옥시벤존에 닿은 산호초는 하얗게 변하며 서서히 폐사하는 백화 현상을 겪게 된다. 올림픽용 수영장 6.5개 규모의 물(1만6250t)에 옥시벤존이 단 한 방울만 들어가도 산호초에 악영향을 미친다. 두 물질은 생식 독성을 초래하는 내분비 교란물질이어서 산호초뿐 아니라 물개나 고래 같은 포유류의 번식도 방해한다.

해양 오염과 지구 온난화 여파로 2015년부터 3년간 전 세계 산호초의 5분의 1이 사라졌다. 특히 카리브해 일부는 1980년대 이후 전체 산호초의 90% 이상을 잃었다. 환경단체는 매년 자외선 차단제 6000~1만4000t이 전 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추정한다.

자외선 차단제 규제를 강화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가지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 하와이주는 지난 1월부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했다. 2023년부터는 아보벤존과 옥토크릴렌 성분도 추가로 금지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보네르섬, 멕시코에서는 일부 바닷가 관광지에서 특정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법에 따라 옥시벤존 함량을 5% 이하, 옥티노세이트 함량을 7.5% 이하로 제한한다. 환경운동연합은 두 성분 전면 사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관광객들에게 바닷물에 들어갈 때는 래시가드나 모자를 착용하는 식으로 선크림을 바르지 말거나, 친환경적인 선크림을 쓰라고 권한다.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이 주성분인 자외선 차단제가 대안으로 꼽힌다.

환경운동연합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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