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자는데 남편 상사가 성폭행.. 경찰, 무혐의 처분" 靑 청원

김자아 기자 입력 2021. 8. 5. 15:47 수정 2021. 8. 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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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해자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탓" 해명
남편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나 경찰과 검찰이 가해자 측 주장만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청와대 홈페이지

남편의 직장 상사로부터 집 거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수사 기관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한 여성의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은 조선닷컴 확인 취재에 “피해자 쪽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했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편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준강간) 당했어요. 너무 억울해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공개 하루 만인 5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남편과 남편 직장 상사와 함께 집 앞 가게에서 1차로 저녁을 먹고 2차로 저희 집에 초대해 한 잔 더 하다가 필름이 끊겼다”며 “아침에 일어나니 속옷이 바지와 함께 뒤집혀 소파에 얹혀져 있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해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슴과 성기를 만졌다고 자백하더라”며 “하지만 성관계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해자가) 자백을 했으니 강제추행으로라도 재판에 넘겨질 줄 알았다”며 “그런데 경찰과 검찰에서 가해자의 주장대로 ‘동의 하에 이뤄진 관계’라고 단정하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 가해자는 자신은 무혐의라며 더 당당히 자랑하듯이 떠들고 다니고 있다더라. 너무 화가 나고 수치스럽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경찰의 판단 근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거실에서 남편이 자고 있는 상황에 상호 동의 없이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을 경우 피해자가 반항하거나 소리를 질렀다면 발각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경찰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다”던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하지 않았다는 것을 ‘동의’의 표시로 본 것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 측이 항고해 관할 고등검찰청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한다.

그는 “(저와 남편은) 사건 당시 결혼 1년도 되지 않은 신혼부부였고 아기(출산)를 준비 중이었다”며 “임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신혼부부가, 개인적으로 만날 정도의 친밀함도 없으며, 회식 때 남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몇 번 만난 것이 전부인 남편 직장 상사와 남편이 바로 옆 바닥에서 자고 있는 거실 소파에서 성행위를 상호 동의하에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청원인은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가해자 측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청원인은 “상대는 다급했는지 수천만원짜리 대형 로펌의 변호사까지 사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저희는 경찰 조사 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냐고 해서 그렇다고 서류에 사인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연락 한 번 없었다. 검찰에 사건이 넘어간 후에야 제가 경찰에 따지니 국선 변호사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했다.

청원인은 “가해자는 거짓말 탐지기도 거부하고 잘못한 건 아는지 수차례 계속 남편을 불러내서 ‘사과하게 피해자랑 만날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계속 부탁했다더라”며 “경찰에서는 반대로 잘못한 거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의 의견만 듣고 피해자의 의견은 듣지 않는 경찰, 검찰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와 관련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당시 피해자 측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고 했다. 가해자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청원인 측이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이 처음엔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며 “상대 측이 변호사를 선임하자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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