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티 안 내는 선수..응원하며 지켜볼 수밖에" 주치의가 본 김연경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2021. 8. 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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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9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진출한 가운데, 승리의 주역 김연경(33·상하이)의 주치의 김진구 명지병원장이 선수와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스파이크만으로 김연경 선수를 기억하겠지만 그녀는 공격수 중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이자 백어택이 가장 무서운 선수이기도 하다"며 "그리고 힘든 티, 아픈 티를 한 번도 내지 않고 계속 코트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기꾼(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빈틈이 없어 상대 팀 선수들도 두렵고 존경하는 선수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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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9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진출한 가운데, 승리의 주역 김연경(33·상하이)의 주치의 김진구 명지병원장이 선수와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4일 김연경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터키와의 8강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페이스북에 “매 시즌마다 최소 두세 번은 병원을 찾는 그녀는 내게는 응원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환자였다”고 적었다.

그는 “그녀를 처음 진료실에서 본건 15년 전 18세의 나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 연봉 5천만 원의 새내기인데 이미 스타였다”며 “이 친구는 점프, 착지를 할 때마다 아파서 뛰기 힘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약도 처방해 주고, 강력한 소견서도 써주어 휴식을 취하게 조치를 했고, 중대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재활 치료를 최소 6주간 하기를 권장했다”며 “그런데 며칠 후 TV를 보니 소리를 질러가며 멀쩡하게 뛰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뛰는 게 아니라 그 선수 하나 때문에 인기도 없던 여자 배구가 인기 스포츠로 올라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김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스파이크만으로 김연경 선수를 기억하겠지만 그녀는 공격수 중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이자 백어택이 가장 무서운 선수이기도 하다”며 “그리고 힘든 티, 아픈 티를 한 번도 내지 않고 계속 코트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기꾼(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빈틈이 없어 상대 팀 선수들도 두렵고 존경하는 선수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여자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1.08.04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 원장은 김연경이 2008년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시즌의 마지막 경기까지 소화한 뒤, 국가대표를 소집을 앞두고 병원을 방문했던 일화도 전했다. 그는 “MRI를 보니 우측 무릎 관절 안 내측 반월상 연골이 파열되어 무릎 안에 조그만 덩어리가 걸려 있었다”며 “수술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연경의 구단은 국가대표로서의 경기를 포기하고 수술받기를 원했지만, 김연경은 대한민국 본선 진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김 원장은 선수를 보호하고자 수술을 강조했지만 김연경의 답은 단호했다. 그는 “아 식빵, 뛰어야지요. 저는 선수인데. 대한민국 선수란 말이에요.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해요. 아픈 건 언제나 그랬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난 아직도 이 선수의 그 단순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며 “그녀는 단순하고 무식하지 않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두뇌 회전이 빠르다. 그리고 누구보다 프로답다”고 평가했다.

결국 김연경은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김 원장은 “그녀는 혼잣말로 들리지 않게 ‘식빵 식빵’을 외치며 닭똥 같은 눈물을 조용히 흘리고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며 “그후로 난 그녀가 눈물을 보이거나 누구 탓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이번 올림픽 대표 팀은 최근 10년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예선 통과가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김연경 선수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는 커다란 감동을 보고 있다. 결과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김연경 선수를 위해 박수를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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