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내게 안타까운 환자".. 주치의가 15년간 본 배구여제

김소정 기자 2021. 8. 5. 14: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 배구를 도쿄올림픽 4강으로 이끈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의 주치의 김진구 명지병원장이 “김연경은 내게 안타까운 환자”라며 그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왼쪽부터) 김진구 명지병원장, 김연경/ 김진구 명지병원장 페이스북, 김연경 인스타그램

김 교수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연경을 처음 진료실에서 본 건 15년 전, 18세의 나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였다”며 “연봉 5000만원의 새내기인데 이미 스타가 된 이 친구는 점프, 착지를 할 때마다 아파서 뛰기 힘들 정도였다”고 첫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약도 처방해주고, 강력한 소견서 써 주어 휴식을 취하게 조치를 했고 중대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재활 치료를 최소 6주간 하기를 권장했다. 그런데도 며칠 후 TV를 보니 소리를 질러가며 멀쩡하게 뛰고 있더라. 그것도 그냥 뛰는게 아니라 그 선수 하나 때문에 인기도 없던 여자 배구가 인기 스포츠로 올라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매 시즌마다 최소 두세 번 병원을 찾는다는 김연경. 김 교수에게 김연경은 그저 ‘안타까운 환자’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스파이크만으로 김연경을 기억하겠지만 그녀는 공격수 중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이자 백어택이 가장 무서운 선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힘든 티, 아픈 티를 한번도 내지 않고 계속 코트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기꾼(선수들의 사기를 북돋는)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빈틈이 없어 상대 팀 선수들도 두렵고 존경하는 선수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8년 부상 중에도 시즌 경기를 모두 소화하고, 국가대표로 소환된 김연경을 기억했다. 그는 “MRI를 보니 우측 무릎 관절 안 내측 반월상 연골이 파열돼 무릎 안에 조그만 덩어리가 걸려 있었다. 수술은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은 국가대표로서의 경기를 포기하고 지금 수술을 받기를 원했고, 선수는 자기가 있어야 대한민국이 본선 진출을 할 수 있다는 책임감에 불 타 있었다. ‘너 말고 훌륭한 공격수가 많아 너는 부상이 심하니 치료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해’ 선수를 보호하고자 하는 주변의 말에도 불구하고 김연경 선수의 답은 단순했고 단호했다”고 했다.

김연경의 답은 “아 식빵. 뛰어야지요. 저는 선수인데. 대한민국 선수란 말이에요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해요. 아픈 건 언제나 그랬단 말이에요”였다. ‘식빵’은 김연경이 경기 도중 내뱉는 욕설을 순화한 표현이다.

김 교수는 “결국 그녀는 혼자말로 들리지 않게 ‘식빵 식빵’을 외치며 닭똥 같은 눈물을 조용히 정말 조용히 흘리고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정말 아무 소리를 내지 않는 조용한 눈물, 그 후로 난 그녀가 눈물을 보이거나 누구 탓을 하는 것을 본 적 없다. 그녀가 몇일 입원한 덕에 대한민국 모든 여자 배구 선수들을 다 본 것 같고 그후로 난 여자배구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 대표 팀은 최근 10년 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예선 통과가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 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커다란 감동을 보고 있다”며 “이제 4강,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응원하겠다. 결과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가 될 지도 모르는 김연경을 위해 박수를 아끼지 않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