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주마 수감은 표면적 이유.. 경제난·코로나에 신음하던 민심 대폭발

임정환 기자 2021. 8. 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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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시위대가 각목을 휘두르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 수감 반대를 계기로 7월 9일 시작된 시위는 시간이 흐르며 폭동으로 변해갔다. EPA 연합뉴스
지난 7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현지 경찰이 상점을 약탈하는 폭도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EAP 연합뉴스

■ 337명 사망 남아공 폭동사태

만델라와 수감생활 했던 주마

취임 직후부터 각종 부패의혹

하야뒤 지난 7월7일 수감되자

반대 시위로 시작돼 폭동·약탈

공공기물 파손한 2500명 체포

성장 멈춘 경제에 코로나 겹쳐

35세 미만 실업률 64%에 달해

지난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사망자가 337명까지 늘어났다. 사태 초기에는 70명 안팎이었던 사망자 수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재산 피해액도 약 34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철도 및 공공기물 파손으로 체포된 인사도 2500명에 달할 정도로,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종식 이후 발생한 최악의 소요사태로 평가받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7월 9일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 체포에 반대하는 시위가 촉발점이었지만, 이면에는 복잡한 남아공 상황이 놓여 있다. 제도 개혁 실패와 경제 추락 속에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이른바 ‘적폐청산’ 추진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대중의 분노가 끓어오른 것.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터지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시위에 나온 30세 남성은 AFP통신에 “우리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가난과 실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동의 원인을 제공한 제이컵 주마는 누구인가 = 주마 전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남아공의 국부로 추앙받는 넬슨 만델라와 함께 수감생활을 한 흑인 인권 운동가였다. 정규 교육은 받은 적이 없으나 만델라가 주도하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며 1999년 부통령에 당선된 뒤 부정부패 혐의가 불거진 타보 음베키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고 2009년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그의 업적 역시 부정부패로 얼룩졌다. 주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부터 각종 부패 의혹에 시달려왔다. 사저를 개·보수하는 데 국고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인도 출신의 굽타 가문과 유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하야 요구가 빗발쳤다. 친구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포함해 재판대에 오른 혐의만 780여 건에 달했다. 그럼에도 주마 전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계속 연장됐다. 재임 기간 총 8번의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모두 살아남아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집권당이자 자신이 대표로 있던 ANC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2017년 당시 주마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던 라마포사 부통령이 ‘반(反)주마’ ‘반부패’ 슬로건을 내걸고 ANC 당 대표가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ANC는 음베키 전 대통령에 이어 주마 대통령까지 부패 의혹에 휘말리면서 국민의 신임을 잃고 있어 타개책이 필요했다. 라마포사 부통령의 당 대표 당선 이후 주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약화됐다. 마침내 라마포사 부통령은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주마 대통령을 2018년 하야시키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집권 후 본격적인 적폐청산에 나섰다.

◇감방 간 주마, 거리로 나온 지지자들 = 주마 전 대통령이 하야한 후 고위 공직자 수사처인 반부패조사위원회가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때부터 사법당국과 주마 전 대통령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반부패조사위는 그에게 부패, 공갈, 사기, 돈세탁 등 혐의를 적용해 출석을 요구했으나 주마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고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남아공 헌법재판소가 주마 전 대통령에게 반부패조사위에 출석해 증언할 것을 명령했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헌재는 결국 그에게 법정모독죄로 15개월의 형을 선고하고 경찰에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순순히 출석할 주마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실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체포중지 긴급 가처분 신청을 내며 끝까지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헌재는 주마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7월 7일 자정까지 경찰에 그를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결국 주마 전 대통령은 7월 7일 자정을 얼마 앞두고 경찰에 출석했고 출신 지역인 콰줄루나탈 주의 에스트코트 교정센터에 수감됐다.

시위는 그의 수감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인 9일부터 콰줄루나탈 주에서 시작됐다. 콰줄루나탈 주는 남아공 최대 민족인 줄루족의 근거지며 주마 전 대통령 역시 줄루족 출신이다. 주마 전 대통령은 줄루족 최초의 대통령으로 그를 비호하는 세력 역시 주로 줄루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시위가 경제 중심도시 하우텡주 요하네스버그까지 확산하며 폭동으로 변할 무렵 시위의 성격은 바뀌었다. 더는 주마 전 대통령과 줄루족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코로나19와 경제난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퍼펙트 스톰’으로 변모한 것이다.

◇경제난과 코로나19의 합작, ‘퍼펙트 스톰’ = 전문가들은 폭동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남아공 서민들의 생활고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하락해 2019년에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로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남아공 정부는 올해 1분기 실업률을 32.6%로 집계했다. 이 중 35세 미만 실업률은 64%였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남아공 인구의 55.5%가 한 달에 992랜드(약 7만7700원) 이하 생활비로 살아간다고 추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아공 사람들은 폭동을 통해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남아공에서는 2019년과 2020년에도 경제난이 발단이 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시위의 방아쇠가 “외국인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였다는 점만 이번과 다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빈부 격차에 대한 반발과 함께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고 그것이 (이번에는) 주마 전 대통령 수감을 계기로 폭동 형태로 터져 나왔다”고 분석했다.

남아공의 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대유행이 또다시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공의 백신 1회 이상 접종률은 7월 말 기준 7%로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의 1% 내외보다는 높지만 영국의 2차 접종 완료 비율(약 70%)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6.96%였으며 올해는 3.1%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폭동에 따른 후폭풍으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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