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생물자원관] 코로나19 시대와 해양생물 유래 항바이러스 소재 개발
[경향신문]
바이러스 변이와의 싸움은 언제 끝날까? 재난으로 다가온 코로나-19도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델타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람다 변이가 발견됐다. 바이러스 변이가 공포대상이 되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의 위세가 맹렬할수록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새로운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기관의 노력도 가열차다. 2015년에 설립된 국립해양생물자원관(관장 황선도)도 그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바다는 ‘새로운 물질’의 보고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생물서식지로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하다. 해양생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생리활성물질을 가지고, 자신을 보호하고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해양생물이 지금까지 찾지 못한 우수한 물질을 갖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약 개발을 위한 미지의 영역으로 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바다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찾기 위한 노력은 세계 각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립해양생물자원관도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선 해양바이오뱅크 구축을 통해 각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에 항바이러스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해양바이오뱅크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다양한 해양생물로부터 얻어진 추출물과 유전자원을 뱅크화해서 관리하는 서비스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산업화에 필요한 항바이러스 소재를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에 분양도 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유전자원실에서는 해양생물 추출물을 이용한 항바이러스 스크리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비다라빈, 플리티뎁신과 같이 우수한 활성을 가지는 물질을 찾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자원응용실에서는 그리피신과 같이 탄수화물과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렉틴이라는 단백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렉틴은 바이러스 표면의 당화된 단백질과 결합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에 착안하여 시작된 연구이다. 연구진은 주로 해양식물로부터 얻어진 렉틴을 이용해 항바이러스 물질을 찾고 있는데, 지금은 해양동물로 확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전에 해양 홍조류로부터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렉틴을 발견한 바 있고 추가적인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해양생물로부터 얻어진 여러 종류의 렉틴을 보유하고 있어 헤르페스 바이러스 이외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에 관한 활성 연구도 계속하고 있다.
항바이러스 시장은 약 50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6.8%로 전망되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연구성과는 기대 이하다. 2016년 <Clinical Microbiology review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치료제로 승인된 항바이러스제는 9가지 바이러스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발견된 사람을 감염하는 바이러스는 200 개가 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해양에서 발견된 항바이러스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알려진 해양생물로부터 유래된 항바이러스제는 비다라빈, 플리티뎁신 그리고 그리피신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해양으로부터 얻어진 가장 오래된 항바이러스 물질은 비다라빈(Vidarabine 또는 Ara-A)*이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체해면(스펀지)에서 1950년대에 발견되었으며 1964년에 처음으로 항바이러스 활성을 확인했다. 이 물질은 해양으로부터 분리된 항바이러스 물질의 대표적인 예로서 바이러스 유전자의 복제를 막아, HSV(헤르페스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리티뎁신(Plitidepsin)은 뎁시펩타이드로서 피낭동물(멍게류)로부터 분리되었다. 이 물질은 원래 항암물질(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써 스페인 제약회사 파마마사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 치료제로도 연구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그리피신은 그리피시아(Griffithsia sp.)라고 하는 해양홍조류로부터 찾아낸 당결합단백질이다. 이 물질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예방과 감염 치료제로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 외피에 있는 탄수화물과 특이적으로 결합해서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해조류로부터 유래된 황산화 다당류는 항바이러스제로서 계속 연구되고 있다. 해양홍조류로부터 유래된 로타카라기난, 해양 갈조류로부터 얻어지는 인 후코이단이 대표적이다.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해양으로부터 얻어지는 물질은 아주 작은 유기화합물에서부터 시작해서 펩타이드 유사체, 단백질, 다당류 등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동물에서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로부터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앞으로 해양생물로부터 새로운 항바이러스 물질을 발굴해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항바이러스 시장잠재력이 큰 반면 연구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역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해양생물자원관 자원응용실 한종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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