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지원 "北, 한·미훈련 땐 도발", 어느 나라 국정원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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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한·미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 따르면 박 원장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발표한 한·미 훈련 중단 요구 담화에 대해 "훈련을 중단하면 상응하는 남북관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북한의 의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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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국가 안보와 기밀 정보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이다. 정보기관 수장이 국방부 등 정책 부처가 담당하는 한·미 훈련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 더욱이 이날 정보위는 박 원장의 긴급 요청에 따라 열렸다고 한다. 김여정 담화가 발표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뭐가 그리 급한지 납득하기 어렵다. 야당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김여정의 하명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조롱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치 중립을 강조해온 국정원이 사실상 대선과 정치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정보위 여당 간사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박 원장 개인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색하기 짝이 없다.
박 원장이 북·미 회담 재개 조건으로 고급 양주와 양복 등의 북한 수입 허용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부적절하다. 이들 품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다. 박 원장은 ‘생필품 중 풀어줘야 하는 게 뭐냐’는 의원들 질문에 “고급 양주와 양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제사회 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라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입장과도 배치된다.
북한이 남한에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건 문재인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툭하면 대북 저자세로 일관하니 우습게 아는 것 아닌가. 김여정이 ‘한·미 연합훈련을 하면 남북관계 개선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자 국정원장까지 나서 훈련 연기 주장을 거드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한·미 훈련은 관련 부처에 맡기고 정보기관 수장은 국가 안보를 지키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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