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구 삼진 갚았지만 웃지 못한 이정후 "아직 끝난 것 아니다" [도쿄 인터뷰]

요코하마 | 김은진 기자 2021. 8. 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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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이정후가 4일 2020 도쿄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에서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6회초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이정후는 도쿄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만났다. 일본의 1998년생 동갑내기 투수에게 3구 삼진을 당했다. 한국이 일본에 우승을 내준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이정후는 8회 등판한 야마모토의 커브와 포크볼을 그대로 지켜만 보다 3구째 몸쪽 떨어지는 포크볼에 헛스윙 했다. 그 대회에서 유일하게 당했던 이 삼진은 이정후의 자존심에 상당히 큰 자국을 남겼다.

2021년, 이정후는 다시 도쿄에 왔다. 이번에는 올림픽. 한국은 디펜딩챔피언의 명예를, 일본은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필사의 대결이 준결승에서 성사됐다. 2008년 베이징에서 한국에 역전패 해 4강 탈락했던 일본은 작심하고 에이스를 한국전에 맞췄다. 2년 전의 그 야마모토가 에이스가 됐다.

손꼽아 이 대결을 기다려왔던 이정후는 기어이 삼진의 치욕을 되갚았다. 결승 직행에 실패한 아쉬움에 웃지 못했지만 그야말로 명승부를 펼쳤다.

이정후는 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야마모토를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쳤다.

2년 만의 첫 대결에서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1회초 박해민이 볼넷을 골라 만든 1사 1루에서 우월 2루타를 날렸다. 야마모토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국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강한 투수였다. 한국의 베테랑 중심타자 양의지와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1사 2·3루 위기를 처리했다. 오히려 한국은 5회까지 0-2로 끌려갔다. 선발 고영표가 5이닝 2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타자들은 2회 이후 완벽히 살아난 야마모토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6회초 기회가 왔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이정후와 강백호를 주목했다. KBO리그에 잇달아 등장한 신인왕 듀오, 세대교체된 한국 대표팀의 핵심 타자 둘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한국의 야구 천재, 강백호와 이정후가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박해민이 좌전안타를 친 뒤 상대 좌익수의 포구 실책에 2루를 밟자 강백호가 좌전 적시타를 쳤다. 야마모토의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퍼올려 한국의 첫 득점을 만들었다. 이어 이정후가 나섰다. 첫 타석 2루타 뒤 4회에는 삼진을 당한 이정후는 아주 신중하게 야마모토의 공을 골라냈다. 낮은 볼을 잘 참아 풀카운트까지 몰고갔고 7구째 또 들어온 포크볼을 파울로 걷어냈다. 2년 전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 당했던 이정후는 이번에는 8구째 다시 들어온 포크볼을 잘 받아쳤다. 타구는 1루 주자 강백호가 여유있게 3루를 밟을만큼 우익수 앞으로 쭉 뻗었다. 이정후와 대결이 결국 야마모토를 강판시켰다. 이 타석에서만 8개를 던진 야마모토는 양의지를 삼진으로 잡은 뒤 투구 수 94개를 기록하고 결국 교체됐다. 한국은 김현수가 다음 투수 이와자키 스구루에게 때린 적시타로 3루주자 강백호를 불러들여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정후는 “(야마모토 같은) 좋은 투수와 상대한다는 것이 흔치 않은 기회고 전력분석에서 좋은 자료 많이 주셔서 전략을 잘 짜고 들어가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팽팽하던 접전이 균형이 8회 3실점으로 깨지면서 이정후의 활약은 결승 직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한국은 5일 미국과 경기한다. 사실상 ‘패자준결승’이다. 여기서 이기면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지면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을 다퉈야 한다.

이정후는 “끝난 것이 아니다. 내일 경기도 있고 (미국은) 한 번 해본 상대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만들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결승 진출을 향한 재도전을 다짐했다.

요코하마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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