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비는 성격, 영화배우 꿈, 빵돌이..민주 대선주자들의 '자필 생기부'

서영지 2021. 8. 4. 2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선거 TV토론이라고 해서 날 선 공방만 있는 게 아닙니다.

4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2차 TV토론(YTN주관) 에선 '생기부 타임'이 마련됐습니다.

방송사 쪽은 이날 토론에 앞서 각 후보에게 10대 시절을 회상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쓴 자필 생활기록부를 미리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어릴 적 생기부를 말하며 웃고 떠들었지만, 사실은 후보의 긍정적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대선]오늘의 결정적 1분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0804)
이재명 경기지사가 쓴 ‘다시 쓰는 10대 생활기록부’. YTN 화면 갈무리

선거 TV토론이라고 해서 날 선 공방만 있는 게 아닙니다. 후보들의 인간미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토로 중간에 ‘양념’ 같은 장치를 살짝 넣기도 하지요. 4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2차 TV토론(YTN주관) 에선 ‘생기부 타임’이 마련됐습니다.

방송사 쪽은 이날 토론에 앞서 각 후보에게 10대 시절을 회상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쓴 자필 생활기록부를 미리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창 분위기가 뜨거워질 즈음, 토론 도중에 6명의 생활기록부가 공개됐습니다. ‘소년 노동자’로 일하면서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초등학교 6학년 생활기록부를 베껴 써왔다고 했습니다. 취미·특기, 성격, 좌우명, 교우관계가 빼곡히 적힌 생기부에 눈에 띄는 대목은 성격의 장단점이었습니다. 이 지사는 장점으로 ‘활발하며 책임감이 강함’이라고 썼고, 단점으로는 ‘덤비는 성질이 있음’이라고 적어놨습니다. 평소 욱하는 성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지사의 셀프 디스였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교복을 입는 게 꿈”이었다고 적어놨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입으로는 단점이라지만, 듣고 보면 장점을 꼽았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정신’을 장점이라면서 단점은 ‘불리한 것을 잘 잊어버린다’고 했습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남의 말을 경청한다, 화를 잘 내지 못한다”고 적었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에 대한 집중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면서 슬쩍 자랑을 했습니다.

후보들의 소소한 개인사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꿈을 “영화배우”라고 적었습니다. 사회자가 ‘지금도 이 꿈이 진행 중이냐’고 묻자 “지금은 접은 지 꽤 됐다. 저 자신을 알고부터, 연기를 못한다는 걸 알고”라며 웃었습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특이사항으로 “흙수저인데 금수저로 오해”를 적었습니다. 정 전 총리의 편안한 표정과 윤기 있는 피부 덕분에 사람들은 정 전 총리가 어린 시절 겪은 가난을 짐작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화전민촌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는 형편이 어려워서 매점에서 일하면서 빵을 팔았다. 별명이 빵돌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상형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대부분 배우자의 눈치를 봤습니다. 정 전 총리는 “제 이상형은 현재 아내가 보고 있기 때문에, 포항의 딸 최혜경”이라고 웃어 보였고, 이재명 지사도 이상형에 배우자를 적었습니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미국 영화배우 나탈리 우드를 이상형으로 꼽는 ‘소신’을 보였습니다.

어릴 적 생기부를 말하며 웃고 떠들었지만, 사실은 후보의 긍정적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1분, 아니 단 1초라도 인상 깊은 장면을 남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서영지 기자 y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