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당뇨 앓으면 주인도 당뇨 위험 크다고?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1. 8. 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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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에디터 김철중의 건강 노트]
일러스트=김도원

요즘 한강공원에 나가 보면 사람 반, 개 반이다. 이들을 자세히 보면 특징이 있다. 개 주인이 뚱뚱하면 개도 비만하다. 통상 엄마·아빠가 뚱뚱하면 그 집 아이가 통통한데, 요즘은 그 집 개가 비만해진다. 개 주인이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하면, 개들도 덩달아 실컷 먹고 움직이지 않는 결과다.

흥미로운 것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 질병을 개 주인이 닮는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개를 키우는 중년 이상 약 18만명을 대상으로 국가 건강 기록과 동물 의료보험 자료를 토대로 양자의 질병 상태를 6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에 걸린 개를 기르는 사람은 안 걸린 개를 기르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3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개와 주인이 신체 활동과 식생활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는 개와 사람의 장내 세균, 공해, 환경호르몬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당뇨병을 앓는 주인이 기르는 개는 당뇨병 없는 주인이 기르는 개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8% 높게 나왔다. 서로 당뇨병 발생 취약성이 공유된다는 얘기다. 인간과 개가 1만5000년 이상 함께 살면서 형성된 생활 습성과 환경 요인이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공유하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개는 주로 7∼10살 때 당뇨병에 걸린다. 치료로 인슐린 주사를 평생 맞는다. 개가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고 오줌을 많이 싸며, 이유 없이 체중이 줄어들면 당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체중은 당뇨병 위험 요인이니 개 다이어트 약을 비만견에게 써봄 직하다. 개들을 위한 약물은 동물실험이 필요 없다. 약효와 안전성이 이미 사람을 통해 입증된 약을 개에게 쓰기 때문이다. 견공끼리는 “이거 사람이 먹어서 안전했다니 우리가 먹어도 괜찮겠지”라고 서로 짖고(대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개가 주인인 세상 같지만, 반려견과 사는 사람은 건강 수명이 더 길고, 치매나 우울증도 적게 걸리니, 앙리·돌리·쫑이 모두 가족같이 고마운 존재다. 이제 인수(人獸) 공동 장수 시대를 위해 ‘견인공로(犬人共勞)’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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