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 아닌 평화 잇는 '세계시민' 정체성 찾고 싶어요"

김경애 2021. 8. 4. 22: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짬][짬]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공동대표 김종대·최자현 부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비영리단체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종대(왼쪽)·최자현(오른쪽)씨 부부를 지난 3일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만났다. 김경애 기자

“나중에 다 자라서야 알았지만, 저와 세살 아래 동생을 미국으로 보내야겠다고 아버지가 말씀드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눈물을 흘리실 정도로 몹시 슬퍼하셨다고 해요. 1986년 부모님이 ‘정치적 난민’으로 망명 중이던 미국 엘에이에서 태어나서 두 살 때 귀국했다가 중2 때 다시 건너가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 재학 중 귀국해 육군 복무를 마쳤죠. 2011년 졸업해 모교 교직원으로 일하며 2014년 결혼했고, 지금은 이렇게 5년째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오는 6~8일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에서 ‘제1회 디아스포라 다이얼로그’를 여는 비영리단체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의 김종대(35) 공동대표는 “저 자신 태어날 때부터 디아스포라였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할아버지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고, 청와대로 찾아갔던 아버지는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다.

올초부터 서울에 체류하며 아내 최자현(34) 공동대표와 행사를 준비해온 부부를 3일 코트에서 만났다.

‘제1회 디아스포라 다이얼로그’ 기획
‘경계에서 손을 잡자’ 주제로 화상토론
6~8일 사흘간 서울 인사동 코트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 영정 사진 든 손주
“미국 망명 시기 태어난 디아스포라”
애틀랜타 난민촌에서 청소년 교육운동

비대면 화상으로 열리는 ‘제1회 디아스포라 다이얼로그-경계에서 손을 잡자’ 포스터.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제공

“저도 19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곧 돌아왔고 서울대에서 피아노와 경영학을 전공한 뒤 다시 뉴욕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 석사를 마쳤어요. 그때 애틀랜타에서 친구를 만나러 잠시 뉴욕에 왔던 남편을 만나 2014년 결혼한 뒤 역시나 지금은 미주와 아시아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고 있네요.”

최 대표는 이번 첫번째 행사의 주제를 ‘경계에서 손을 잡자’로 정한 이유를 묻자 자신과같이 늘 경계를 넘나들며 정체성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들을 모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8년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들을 난민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혐오와 공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어요. 2020년 통일과나눔재단 지원 사업으로 뽑혀 미국에서 열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계속 미뤄졌죠. 그러다 서울에서 다시 추진하게 됐어요.”

“마침 서울에 머물고 있는 쿠바 한인 디아스포라 다큐멘터리 <헤로니모>의 전후석 감독을 비롯해 여러 디아스포라 ‘동지'들과 함께 올초부터 매주 비대면(zoom)으로 모여 행사를 준비해왔어요. 최근 코로나 확산 탓에 비대면으로만 열게 된 것은 아쉽지만, 덕분에 전세계 어디서나 참가할 수 있으니 규모도 훨씬 커졌죠.”

특히 전 감독과는 남다른 인연도 있었다. <한겨레> ‘길을 찾아서-평화에 미치다’의 주인공인 박한식 조지아대 석좌교수가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이 열린 날, 애틀랜타에서 특별강연회를 했을 때 김 대표는 진행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이듬해 부부는, 전 감독이 제작한 <헤로니모>의 클라우드펀딩에 참여하고 애틀랜타 현지에서 상영회를 주선하기도 했다. 알고보니 전 감독은 박 교수의 조카(처남의 아들)였다.

왼쪽부터 강남순 교수, 전후석 감독, 박동찬 자유기고가, 안톤 숄츠 기자, 조셉 김 보좌관, 최태성 소장.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제공
현부흥 사업가, 변겨레 전 차관보, 이규민 회장, 이요한 총괄매니저, 안유진 박사과정 연구원, 조정훈 국회의원.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제공
왼쪽부터 김이향 프로듀서, 래퍼 구이즈나인, 댄서 김해니, 소리꾼 박노환, 재즈가수 현상진.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제공

첫날인 6일 오후 6시30분 갈라콘서트에는 부부와 전 감독 등 기획자 5명이 토크 콘서트처럼 행사 취지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사이사이 모던댄스(김해니), 힙합(래퍼 구이즈나인), 재즈팝(싱어송라이터 현상진), 판소리(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 소리꾼 박노환) 등 다양한 장르의 축하 공연으로 문을 연다.

이어 7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3개의 세션을 진행한다. ‘다이얼로그 1-디아스포라는 누구인가?’(발제 최태성 모두의 별별한국사 연구소장), ‘다이얼로그 2-우리의 이름은?’(토론 재일조선인 3세 김이향 <와이티엔> 피디, 재미 탈북민 현부흥 사업가, 조선족 5세 박동찬 자유기고가), ‘다이얼로그 3-우리도 한국인인가?’(토론 변호사 출신 변겨레 전 아르헨티나 문화부 차관보, 고려인 안유진 프랑크푸르트대학 박사과정 연구원, 재미한인 이규민 이산가족유에스에이 회장) 순이다. 오후 6시30분엔 전 감독이 ‘북콘서트 앤 네트워킹 이벤트’도 진행한다.

최 대표는 특히 마지막 날 토론 주제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강조했다. 8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45분까지 열리는 ‘다이얼로그 4-우리는 모두 디아스포라이다’(발제 강남순 미 텍사스 크리스천대학 교수. 진행 이요한 더샌드박스 한국사업총괄 매니저), ‘다이얼로그 5-탈분단, 새로운 정체성의 탄생’(토론 조정훈 국회의원, 재미 탈북민 조셉 김 미 부시센터 인권담당 보좌관, 독일 최대 프리랜서 특파원 네트워크 벨트레포터 한국 통신원 안톤 숄츠 기자)이 그것이다.

“구한말 이래 전세계 180여개 나라로 퍼져나간 한인 동포가 어림 800만명에 이르고, 한국에 들어와 사는 외국 이주민도 5년 전 200만명을 넘어섰잖아요. 코로나 대유행은 역설적으로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된 공동체란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어요. 글로벌 이주의 시대를 맞아 난민, 이주자, 경계인이 아니라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시민’의 정체성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한반도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과정도 평화로워야 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디아스포라 성장기를 겪은 김종대(앞쪽)·최자현(뒤쪽) 부부는 안정된 삶 대신 불안정한 비영리단체 활동가의 길이지만 함께 걸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경애 기자

부부는 자신들이 애틀랜타의 클락스턴에서 2017년 말부터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www.rgmovement.com)를 시작한 이유도 ‘세계시민’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클락스턴은 여의도 절반도 안되는 소도시인데 인구 1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난민 출신이죠. 40여개 나라, 60여개의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난민들의 보금자리’로 유명해요. 우리 눈에는 특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낯선 세상에 던져진 청소년들이 들어왔어요. 고교생 대상으로 글로벌아카데미를 열어 토론식으로 정체성 교육에 주력하고, 지역 대학생 봉사자들을 연결해 멘토링과 대학입시 지도를 하고 있죠. 매학기 20명씩 무료로 지도하는데 4년간 250명이 진학을 하거나 취업을 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성과를 거뒀어요.”

사실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국장에 이어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 장례식 때 맨 앞에서 영정 사진을 들며 ‘디제이의 손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봉사단체를 세워 난민과 이주민을 돕고 있다는 소식이 2018년 국내에 처음 전해졌을 때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저 역시 계획한 일이 아니었기에 이따금 이 길을 걷고 있는 게 어색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처음엔 대학의 국제교류 담당 교직원으로서 학생동아리와 함께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거든요.”

지난 3월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가 주최한 ‘미얀마 봄 혁명 희생자 추모행진'에 청년김대중준비위원회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가했던 김 대표는 대를 잇는 정치 활동 수순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고 잘라 답한 그는 “다만, 어디서 어떻게 살든지 할아버지께서 마지막 일기에 남겨주신 말씀을 실천하는 길을 계속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거 사흘 뒤 공개된 ‘마지막 2009년 일기’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은 그가 말년 휴가를 나와 다년갔던 5월 30일치에 ‘손자 종대에게 나의 일생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이웃사랑이 믿음과 인생살이의 핵심인 것을 강조했다’고 적어놓았다.

“신앙과 신념이 같은 동반자를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서로를 칭찬한 젊은 부부는 후원과 참여를 부탁하며 자리를 떴다. 컨퍼런스 참가 신청은 웹사이트(www.diasporadialogue.org)로 하면 된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