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영 "중국 도움 받는 북한, 한·미가 지원해 동맹 맺으면 비핵화 진전될 것"
[경향신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 동맹 지침서 집필 협의
미국 외교 전문지가 기고 제안
북한을 자유 체제로 유도 취지
인도적 지원→종전·평화협정
북 경제 위기 해결·비핵화 가능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공동 명의로 ‘북한과의 일괄 타결’이라는 기고문을 냈다. 임 전 부사령관(예비역 육군대장)에게 4일 공동 기고문을 낸 배경과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해 들었다.
- 공동 기고 배경은.
“나하고 브룩스 사령관은 임기를 마친 후 한·미 동맹의 역사와 본질에 대한 지침서를 책으로 쓰기로 했다. 하나의 프로젝트다. 이것을 포린어페어스에서 알고 공동 기고문을 제안했다. 당초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전에 조언의 성격을 담은 기고를 하려 했는데, 포린어페어스 내부 사정으로 게재가 늦어졌다.”
- ‘북한을 동맹으로 만들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궁극적으로 북한을 동맹이 주도하는 질서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브룩스 사령관과 몇차례 토의를 했다. 우리가 군인이지만 전쟁하지 않고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북한이라는 체제를 우리 측으로 끌어들이면 핵문제와 통일, 북한 동포의 생활 문제 등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큰 전략적 목표를 그렇게 잡은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단순한 비핵화가 아니라 사실상 통일된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물론 과정이 지난할 것이다.”
- 한·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핵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중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한·미가 부닥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점진적으로 우리가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들어오는 게 효과적이다.”
- 한·미 정상은 ‘전략적 신중(Strategic Deliberateness)’ 정책으로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성급함을 드러냈다. 둘 다 잘못됐다. 전략적 신중은 단계적으로 느리지만 한 방향으로 꾸준히 가자는 것이다.”
- 기고문에서 언급한 ‘인도적 지원→종전협정→경제지원→평화협정’의 의미는.
“지난한 과정이지만 큰 틀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 동맹은 군사적 우위를 갖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만든 것 아니겠는가. 북한 핵에 대한 대응은 ‘확장 억제’라는 별도의 정책으로 가겠지만, 북한의 변화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의 경제위기 해결을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이뤄낼 수 있고, 이와 더불어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편입할 수 있다.”
- 한·미관계가 밀착될수록 중국의 방해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드 배치는 북한에 대한 방어적 행동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 관광 금지, 롯데마트 불매운동 등과 같은 ‘샤프 파워’(막대한 시장과 경제력을 무기로 기업이나 다른 나라를 위협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로 보복했다. 한·미 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은 샤프 파워 등으로 한·미 동맹를 약화시키려 할 것이다.”
- 한·미 간 전작권 전환 문제가 삐걱거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미국은 전작권을 빨리 가져가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미·중 패권 전쟁이 벌어지면서 신중해진 분위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작권 전환은 국가와 국가가 합의한 사항이다. 그 약속을 지키면 된다. 문제는 과거에 합의된 사항을 이행도 못하면서 전작권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능력 2단계 검증(FOC·완전운용능력) 평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전작권 조기 전환을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임호영 전 부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육군 5군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2016년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맡았고, 2017년 8월 전역했다. 연합·합동 작전과 전력·전략 분야 전문가다. 지금은 한국군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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