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이란 신임 대통령, 미국의 제재 풀고 '고난의 행군' 끝낼까

김윤나영 기자 2021. 8. 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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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란 핵합의 복원 이어갈 것”
취임 계기로 협상 재개 주목
불공정 대선 논란 극복 위한
새 정부 첫 과제는 경제 회복

대미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신임 대통령(사진)이 3일(현지시간)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서방의 대이란 제재 해제를 과제로 꼽으면서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제재로 파탄난 이란 경제의 회복이다. 검은색 터번을 두르고 다니는 라이시 대통령은 금수저 가문 출신의 보수적 이슬람 성직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손들로 인정받는 세예드 가문에서 태어났다. 이란에선 세예드 가문만 검정 터번을 두를 수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공안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법무장관, 대법원장을 두루 거쳤다. 1988년 반체제 인사 5000명의 처형을 주도한 일명 ‘사망위원회’에서 활동해 ‘테헤란의 도살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정치범 처형 혐의로 2019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지난 6월 대선에서 62%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그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최초의 이란 대통령이 됐다. 대미 강경파인 그는 하메네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정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 후보 자격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온건파 후보들의 출마 자격을 대거 박탈했기 때문이다. 강경파 라이시를 지지하는 하메네이의 의중이 후보 심사 결과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젊은 유권자 사이에선 대선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다. 이번 대선 투표율은 48.8%로 역대 이란 대선 중 가장 낮았다.

4년 임기를 시작하는 라이시 대통령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였다. 불공정 대선 논란을 딛고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면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등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제재로 금융과 석유 거래가 끊기면서 2018년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6%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었다. 청년실업률은 16.7%에 달한다.

라이시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낮추고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 그가 전임 하산 로하니 정권의 뒤를 이어 JCPOA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 합의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대미 강경파의 입장도 협상에 반영해야 한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우리는 억압적인 제재를 해제하려 노력하겠지만, 이란 경제를 외국 세력의 의지에 묶어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처지를 보여준다.

이란 매체들은 일단 5일 라이시 대통령 공식 취임식에 JCPOA 당사국 회의 의장을 맡은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사무부총장이 참석하는 사실에 주목한다. 취임식을 계기로 JCPOA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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