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쿠오모 뉴욕 주지사에 바이든도 "물러나라"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8. 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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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 검찰 “여성 보좌관 등 피해자 11명…폭로자엔 보복조치”
쿠오모 혐의 부인에도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 사퇴 촉구

검찰 성추행 조사 결과 반박한 쿠오모 뉴욕주지사. 연합뉴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사진)를 둘러싼 성추행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은 일제히 같은 당 소속인 쿠오모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맞서며 적극적인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추진해 전국적 인기를 얻었던 쿠오모 주지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오모 주지사가 다수의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함으로써 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앞서 최소 7명에 달하는 쿠오모 주지사의 전·현직 여성 보좌관들은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포옹한 행위 등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의도는 없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제임스 검찰총장은 지난 3월 준 김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과 앤 클락 변호사 등을 임명해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해왔다. 179명의 증인과 참고인, 7만4000건에 달하는 문서와 e메일, 녹음 파일 등의 자료를 검토한 검찰은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대부분 사실임을 입증하는 165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놨다. 쿠오모 주지사가 여성 보좌관을 관저로 불러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거나 추파를 던지고, 외설적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경호에 동원된 여성 경관 등 추가 피해자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포함된 피해자 수는 총 11명이었다. 검찰은 뉴욕 주정부가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전·현직 보좌관에 보복조치 한 점도 확인했다.

수사를 이끈 김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은 “일부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고, 어떤 피해자들은 반복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뉴욕주 검찰은 이번 사건이 민사 성격이 강하다면서 쿠오모 주지사를 형사 기소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수사기관이 그를 기소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부적절하게 만지거나 성적으로 다가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포옹하거나 뺨에 키스를 한 것은 친근감의 표현이었고, 성과 관련된 대화 역시 연장자로서 직원의 고충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이날 검찰 발표로 4선을 노렸던 쿠오모 주지사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쿠오모 주지사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혐의가 입증되고 형사 기소되면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뉴욕주를 대표하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을 비롯해 뉴욕주 출신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들도 일제히 쿠오모 주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쿠오모 주지사가 사퇴를 거부하면 뉴욕주 의회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탄핵론이 점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 주지사를 3번 지낸 마리오 쿠오모의 장남으로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동생 크리스 쿠오모는 CNN 방송의 간판 앵커 중 한 명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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