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주차금지구역까지 배달 오토바이 '골목 점령'

글·사진 송진식 기자 2021. 8. 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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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라이더들 대기하는 ‘허브’
규제 밖 우후죽순 들어서
현행법으론 운영 못 막아
주민들 “통행 막고 위험”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 지난달 29일 배달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불법주차돼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가 사거리. 오전 11시를 넘어 점심시간대가 다가오자 배달 오토바이들이 삼삼오오 집결하기 시작했다.

소방도로를 겸해 폭 8m가 넘는 골목 한 귀퉁이를 6~7대의 배달오토바이가 금세 점령했다. 건물 1층이 필로티 구조인 4~5층짜리 저층빌라가 밀집한 주택가인 이 지역은 골목 전 구역이 주차금지구역이다.

“많을 때는 이보다 더 많아요. 단속도 안 돼요.” 길을 지나던 동네 주민이 오토바이들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귀퉁이에 위치한 한 빌라는 배달오토바이들의 불법주차를 막으려 장애물을 설치했지만, 어느새 장애물은 뽑혔고 배달오토바이들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주문이 들어왔는지 한 배달 노동자가 이내 시동을 켜고 굉음을 내며 골목을 달려나갔다.

조용한 주택가인 이곳에 배달오토바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한 달여 전이다. 골목 초입에 위치한 건물에 이른바 ‘배달 허브’가 들어섰다. 배달 허브는 배달노동자들이 주문을 받을 때까지 머무는 일종의 대기소다. 해당 건물에는 주차장이 딸려 있지만 면적도 좁고 늘 자동차로 붐빈다. 배달 허브가 골목을 사실상 주차장처럼 이용하다보니 통행 시 불편 및 집단 운행에 따른 소음문제, 안전우려 등을 제기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이륜차’인 오토바이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와 동일한 규제를 받지만 불법주차 문제에 있어선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주민 A씨의 경우 골목 밖으로 자동차를 운행해 나가려다 귀퉁이에 주차된 오토바이들 탓에 시야가 가려 오른편에서 진입하던 자동차와 충돌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 송파경찰서와 송파구청에 각각 단속을 요청했지만 서로 책임을 미뤘다.주부 B씨는 “금연구역인 해당 건물 앞에서 배달노동자 여러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땅바닥에 침을 뱉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지날 때마다 고통스럽다”며 “하루는 빌라 1층 주차장에 배달오토바이를 댔길래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더니 배달노동자가 눈을 치켜뜨며 노려봐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다수의 오토바이를 운행하는 배달 허브지만 주택가에 들어서는 데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다. 택배 등의 물류, 음식배달 등과 관련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지만 규제보다는 산업의 육성과 노동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달 허브 역시 등록이나 신고, 허가 등의 절차 없이 설치와 영업이 가능하다.

배달 허브의 경우 대형 배달업체와 계약을 맺고 운영한다. 배달업체가 주문과 정산 등에 필요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일정 비용을 받는 구조다. 주택가에 들어선 이 배달 허브 역시 업계 1~2위를 다투는 ‘C’사와 계약을 맺고 있고, 오토바이에도 해당 업체의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있다. C사에 해당 배달 허브의 문제점에 대해 문의하자 “우리는 시스템만 제공할 뿐 운영 자체는 개인 사업자가 하는 거라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업체 스스로 개선하게끔 유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4일 “배달업체가 너무 많아 정부도 숫자 파악이 안 돼 관리나 규제 등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안전관리나 배달노동자 처우 개선 등에 힘쓰는 업체에 인증제를 통해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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