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사업 분할..10월1일 신설 법인으로 출항

김경준 2021. 8. 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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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다. 개화기로 접어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SK배터리'도 사업부 단위에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면서 국내 배터리 시장 경쟁도 한층 더 달아오를 조짐이다.


10월 'SK배터리' 공식 출범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열린 이사회에서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사 안건이 승인되면 10월 1일부로 신설 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설될 SK배터리의 경우 SK이노베이션에서 지분 100%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출발한다.

사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시점은 예상보다 빨랐다. 가파른 매출 상승세 국면에선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데다, 향후 수년간 투입될 막대한 투자금 조달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SK배터리가 향후 기업공개(IPO)를 거쳐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단기간에 막대한 자금 유치도 가능하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지난달 1일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분사 시기를 묻는 질문에 "최근 매년 2조, 3조 원씩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20~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 서너 개를 동시에 지을 정도로 배터리 공장 증설 속도가 빠르다"며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최대한 빨리 했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조기 분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분기 매출 사상 최대… 내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 목표

SK이노베이션의 분사 결정 배경엔 역시 수직 상승세인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매출은 6,302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 5,263억 원을 합치면 올해 상반기 매출만 1조1,500억 원대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반기 매출 1조 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6,000억 수준이었다. 출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기아 니로 EV, 코나 일렉트릭(유럽) 등의 판매 증가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영업손실은 줄었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전분기 대비 788억 원 개선된 9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이 1,000억 원 이하로 떨어진 건 지난해 3분기(989억 적자) 이후 3분기 만이다. 매출 증가와 더불어 올해 신규 가동에 들어간 중국 옌청(鹽城) 공장의 조기 안정화 덕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스토리데이'에서 밝힌 것처럼 이미 1테라와트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데다, 현재 40GWh 수준의 생산능력을 25년 200GWh, 30년 500GWh 이상으로 빠르게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영업이익률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회사 측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 2025년부터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가는 4% 가까이 폭락… '실보다 득 많다' 분석도

한편,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외에 석유개발(E&P) 사업도 독립회사로 분할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영역을 분할한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사업개발 등에 역점을 두는 지주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 분사에 따른 주식 가치 하락 우려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4% 가까이 급락했다. 장 초반 7.91% 빠진 23만3,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번 물적분할이 실보다 득이 많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오면서 전날 종가 대비 3.75% 하락한 24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LG화학 주가가 폭락 이후 반등했다는 점도 투자 심리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사를 발표한 지난해 9월 16일 5.37%, 이튿날은 6.11% 폭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현재 주가는 지난해 11월 저가 대비 45.58% 상승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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