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대화 의지 확인, 한·미는 군사훈련 조정 서두르라

2021. 8. 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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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과 미국이 8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진행 여부를 두고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4일 “여러 상황을 고려해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했고, 미 국방부도 3일(현지시간) “훈련과 태세에 관한 모든 결정은 동맹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담화에서 “군사연습이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보수야당이 ‘하명’ 논란을 제기하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훈련 실시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 남북 및 미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훈련 일정은 조정하는 것이 옳다.

이번 훈련 조정의 가장 큰 변수인 북한의 대화 의지는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보고에서 “북한은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식량난 등이 심각한 북한이 남측과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신호로 본 것이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살리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앞에 닥친 군사훈련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객관적으로도 이번 훈련은 실시하기 어렵다. 한·미 군당국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부터 연합훈련을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실기동훈련이 아닌 전투지휘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진행해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실내에서 진행되는 전투지휘소 연습은 야외 기동훈련보다 집단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미국 본토에서 장병들이 국내로 들어와야 하는데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한 선택이다.

문제는 국내 여론이다. 보수야당과 여당 일각에서는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사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이양받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훈련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절대 포기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수시로 훈련을 조정해왔고, 김영삼 정부 때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폐지한 바도 있다. 미국의 기본방침도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위해 군사적 조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당국은 대화 동력을 살리기 위해 연기 등 훈련을 둘러싼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폐지가 아니라 연기나 유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 된다. 남북 및 북·미 간 대화 성사에는 언제나 분위기와 시기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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