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이인영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시간은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이었고, 내 안의 편견을 바꿔온 과정이었다. 물론 생각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량한 차별주의자’조차 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저자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차별을 보지 못하는 때가 많아 부지불식간에 차별을 행한다고 한다. 이 책의 울림이 큰 건 바로 그 ‘선량한 차별주의자’ 개념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서도 ‘내가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아닌가?’라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 없다.
작가는 선량한 우리 안에 어떻게 차별주의자가 자리 잡는지, 그 차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주장의 허점을 지적하고, 기울어진 공정의 관점과 적극적 평등 조치들을 ‘제로섬게임’으로 보지 않는 관점을 제시한다.
경제력에 따른 교육 수준, 장애 여부 등의 차이를 고려치 않고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능력주의’는 과연 공정할까? 또한 적극적 평등 조치들, 저자가 예로 든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성별·인종·장애 등에 대한 취업 배려 정책 등은 종종 제로섬게임으로 인식돼 반발에 부딪친다. 작가는 소수자 이익이 다수자 피해라는 논쟁이 우리 사회에서 평등을 지연시킨다고 보고, 공존의 조건으로 평등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은 나에게 저자가 던지는 ‘동행’의 제안이다. “고정된 옳은 삶을 규정하지 않는 이 해체의 시대가 버겁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갈구하는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 다양한 우리‘들’의 ‘공존’을 고민하는 길 위에 서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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