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세계 선도하는 한국 해수담수화 기술

2021. 8. 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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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홍승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지구에는 약 14억㎢의 물이 존재하지만 그 중 약 97%가 해수이고 인류가 사용하는 담수는 약 3%에 불과하다. 담수 중 약 70%가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나 히말라야 등의 빙하이니 일반 하천이나 호수 등 비교적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의 0.01%에 불과하다. 물의 절대량 부족과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UN은 2025년에 약 27억 명이 담수 부족에 직면할 것이고, 전 세계 국가의 5분의1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물 부족과 더불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물이 더 이상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기존 처리 시설의 노후화, 신흥개발국의 하수 처리 미비 등으로 인한 수질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물은 이제 누구나 쉽게 취할 수 있는 보편재가 아닌 희소가치가 띤 경제재로 탈바꿈하고 있다.

물 부족과 수질 오염 문제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떠오름에 따라 해수담수화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 해수담수화 시장은 물 부족이 만연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형성되었으나, 최근에는 가뭄 및 산업용수 확보 문제로 인해 아태지역에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국내 플랜트 엔지니어링, 건설, 그리고 수처리 소재 및 환경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해외 시장 개척에 큰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최근 해수담수화 시장은 물을 증발시켜 담수로 만드는 전통적인 열기반 기술에서 역삼투(RO; Reverse Osmosis) 현상을 이용한 분리막 기술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 바닷물을 끓여 증발시키는 과정으로 담수를 생산하는 증발법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대기 오염물질도 다량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역삼투압 방식은 미세한 기공을 가진 분리막에 압력을 가해 물 분자를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통과시켜 정화하는데, 열기반의 증발식에 비해 담수 생산비용이 낮고 환경 오염도 훨씬 적다. 역삼투막 해수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좋아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수자원 확보 기술로서 적용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증발식 해수담수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국내 해수담수화 산업은 이러한 담수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대형 국가 R&D 과제를 중심으로 첨단 역삼투 분리막 기반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앞으로 해수담수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소재부터 엔지니어링, 그리고 해수담수화 플랜트 운영까지 전주기적인 산업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특히 핵심소재인 역삼투 분리막의 경우 LG화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제품을 개발, 중동 등 해외시장에 진출해 미국, 일본의 유수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역삼투 분리막은 저에너지 고효율 친환경 첨단 소재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해수담수화 시장의 성장세가 엿보이고 있다. 충남 서산시 화학공업단지인 대산산업단지에는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현대오일뱅크, KCC 등 6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매년 만성적인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원활한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부터 내부에 들어가는 역삼투 분리막 분야까지 자국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 일본, 한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반도체 소재 수입 위기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기술이 국가의 경제적 안위와 직결이 되는 시대에 핵심적인 기술의 국산화를 통한 공급 안정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최근 소재 국산화 움직임에 따라 공공 주도 해수담수화 사업인 이번 프로젝트에서 국내 수처리 업계의 약진이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탄소중립 차원에서 정부도 물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국가 주도 사업이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정적인 미래 수자원 확보의 효시가 되고, 이를 통해 국내 해수담수화 산업생태계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정부의 과감한 R&D투자로 개발된 우수한 국산 담수화기술을 활용하여 해수담수화 기술의 공급안전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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