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硏 부실 집값통계 '정책실패 면책' 논란

강민성 2021. 8. 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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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부동산 상승률 지도 공개
"집값 상승은 전세계적인 추세"
부동산 정책 책임론 도는 시점
부적절 통계로 정부 두둔 의혹
국토硏 "OECD수치 시각화한것"
국가별 실질주택가격지수(1년변동률) <자료:국토연구원>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최근 세계 각국의 부동산 상승률을 비교한 지도를 참고자료로 내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세계 각국 부동산 가격이 모두 상승세인 가운데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미국, 캐나다, 심지어 프랑스보다 훨씬 낮았다.

통계 데이터도 문제지만, 이 자료가 '임대차 3법' 시행 부작용 등으로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국책 연구기관이 부적절한 통계로 정부 면피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부동산 통계지도'를 공개했다. 통계지도에는 OECD 각국의 자료를 토대로 한 '국가별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 '국가별 임차료 대비 주택가격지수', '국가별 임차가격 지수', '국가별 실질주택가격지수', '국가별 명목주택가격지수' 등의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도록 담겨져 있다.

통계지도 수치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 1년 변동률은 4.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9.6%, 캐나다 8.0%, 영국 5.3%, 프랑스 5.9%, 독일 8.0% 등을 기록했다. 실질주택가격지수는 물가를 반영한 집값 지수다. 자료만 보면 한국 부동산 상승률은 미국, 캐나다 등보다 낮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토연구원의 한국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근거로 산출된 것인데, 한국부동산원의 동향조사에서 지난 6월 현재 전국주택가격 매매가격 변동률(전년말 대비)은 4.7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무려 9.69%를 기록했다. 국토연구원의 자료 통계는 2015년을 기준으로 한 지수 변동폭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6월 대비 지난 6월 현재 전국 주택가격 상승폭은 18.1%를 기록하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과 수도권 상승률, 공시가격 변동률을 참고하더라도 동떨어진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주택) 시세가 분양가보다 엄청 높아져 4년 간 분양 경쟁률이 몇백 대 1을 기록하고 있고, 이 같은 현상이 수도권 전역·세종시까지 포함해 일어나고 있다"며 "국토연구원에서 사용한 실질 주택가격지수는 실거래가하고 동떨어진 지표"라고 밝혔다.

국토연구원도 각국이 제출하는 자료의 기준이 달라 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연구원 한 관계자는 "OECD에서 나온 수치를 지도로 시각화한 것뿐"이라며 "단기적, 장기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자료도 지난해 7월 처음 발간한 이후 반기별로 발간돼 이번이 3번째 나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된 어떤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어떠한 해석 없이 시각화하는 자료로 2년째 계속해오고 있다"라며 "(정부 정책 면피) 등의 해석은 우리 연구원의 의도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확한 비교가 어려운 자료를 비교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공신력 있는 국책연구원으로선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하며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면피용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양 교수는 "이런 잘못된 지표로 정책을 하면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 호도성 자료를 내기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잘못된 것을 고치는 정책기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현정부 집권 초기부터 쏟아낸 부동산 공급을 무시한 수요 억제정책과 시장 자율을 해치는 '임대차3법' 등의 부작용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두 위원도 "이 시점에 자료가 나온 것은 정부가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고조되다보니까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물타기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상길·강민성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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