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글로벌 공략] SK이노, 배터리사업 떼내 10월 신설법인..대규모 자금조달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배터리·석유개발(E&P) 사업 분할 전후 조직도. <SK이노베이션 제공>

[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올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넘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오는 10월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대규모 투자자금을 보다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함이다. 분할회사는 LG화학에서 분할된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기업공개(IPO)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재원의 효율적 조달을 위해 배터리 및 석유개발(E&P) 사업의 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사안을 의결했다. 오는 9월 16일 개최할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승인을 받은 후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각각 세운다는 계획이다.

분할방식은 물적분할이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은 신설되는 회사로 각각 이전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사업 분할이 향후 IPO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 지분의 100%를 존속회사가 가지게 되는 만큼 상장시 자금조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각종 시장조사기관들이 오는 2023년경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산 40GWh 수준의 생산능력을 오는 2030년 500GWh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투자금액이 향후 5년간 1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게 SK이노베이션 측의 전망이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위해 배터리 분할법인도 IPO 수순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고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김준 총괄사장은 "기회가 된다면 나스닥에만 상장을 하든 아니면 동시 상장을 하든 그런 부분을 다 옵션으로 놓고 검토를 해보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컨콜에서 상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IPO를 포함해 에퀴티 파이낸싱(주식과 관련된 자금조달 방안)은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조건이 충족되는 시점에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영업 현금흐름과 합작 파트너로부터의 투자, 투자 지역 정부로부터 확보한 인센티브 등 다양한 투자 재원 조달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상반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올 2분기에는 3분기 만에 영업손실 1000억원대 이하를 기록하며 적자폭을 좁히고 있다. 오는 2022년에는 연간 흑자를 달성하고,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 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중인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분사를 결정한 셈이다.이밖에 분할법인은 에너지저장장치(ESS)·플라잉 카·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시장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도 빠르게 확보한다는 목표다.

배터리 사업과 함께 분할되는 E&P사업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사업 모델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을 뗀 SK이노베이션은 지주회사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김철중 SK이노베이션 전략본부장은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발굴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해 투자자들이 존속법인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할 이유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이날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성장동력으로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을 지목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료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연간 생산능력 6만t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한다.

김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친환경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