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글로벌 공략] 완성차·배터리 국경없는 합종연횡 경쟁

박정일 2021. 8.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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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6월 9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1 및 xEV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관람객들이 SK이노베이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글로벌 배터리 수급 전망. <출처= 산업연구원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나선 미국, 우리에게 기회인가 위기인가' 보고서>
글로벌 배터리 수요 전망. <출처= 산업연구원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나선 미국, 우리에게 기회인가 위기인가' 보고서>
상위 5대 글로벌 배터리 제조기업의 공급 전망. <출처= 산업연구원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나선 미국, 우리에게 기회인가 위기인가' 보고서>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4일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배터리 사업부문의 분사를 결정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K-배터리 3강을 비롯한 관련 업계와 완성차 업체 등의 국경을 초월한 합종연횡 경쟁이 한층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의 경우 이번 분사로 한층 의사결정의 자유와 속도가 높아지면서 한층 공격적인 합작법인(JV) 설립이 가능하게 됐다.

◇GM·포드 등 K-배터리 JV 추진 활발…공급부족 선제대응= 업계에서 당장 유력하게 보는 것은 삼성SDI와 글로벌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 간의 합작법인 설립이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푸조, 시트로앵, 지프, 닷지, 마세라티, 램, 오펠 등 14개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는 최근 지프의 첫 하이브리드 모델에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연내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에 배터리 생산 JV 합작사를 설립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제너럴모터스(GM)와 JV를 만들고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JV를 만들기로 했다. 중국 지리자동차와도 JV 설립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진작부터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JV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JV 'BESK'를 설립한 바 있으며, 중국 EVE와 BTR과는 배터리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JV 설립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포드와 미국에서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기가팩토리' 구축을 시작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JV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하려는 양측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다. 완성차 업체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공급부족(쇼티지)이 예상되는 배터리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배터리 업체는 조 단위의 증설 투자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다.

◇폭스바겐·다임러·BMW 짝은 누구?…韓 업체 유력 후보군= 이제 업계에서는 남은 주요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소위 '짝짓기'가 어떻게 이어질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완성차 업계 2위(이하 2020년 매출 기준)인 도요타가 최근 파나소닉과 맞손을 잡음에 따라, 상위권 가운데 남은 유력 JV 후보군으로는 업계 1위인 폭스바겐과 3위인 다임러(벤츠), 5위인 BMW 등이 꼽힌다.

폭스바겐의 경우 유럽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와 JV를 세우고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업계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양산 경험이 없는 노스볼트와의 JV만으로는 배터리 확보에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JV 추진설이 돌았던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반도체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을 납품한 바 있는 삼성, 중국을 제외한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 등 K-배터리 3사가 모두 추가 JV 후보군에 꼽히고 있다.

다임러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약 54조원을 투자해 8개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조만간 유럽 지역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다임러의 경우 SK이노베이션과의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와의 전장부품 거래도 활발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승자를 예단하긴 어렵다.

BMW의 경우 삼성SDI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i3 등 주요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를 쓰고 있으며, 삼성전자와도 CES(소비자가전쇼) 등 주요 행사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혼다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은 이미 합작법인을 보유하고 있거나 자국 내 추진을 우선 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들과 손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인 배터리 공급부족 상황에서 파나소닉 등 자국 업체들의 생산이 여의치 못할 경우 한국 업체와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中 견제 반사이익 기대… '초격차' 경쟁력 필수= 업계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보수적인 투자 성향과 자국 중심의 협력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자체 생산 등 자국 배터리 제조사 육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K-배터리'에 대한 견제 역시 만만찮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본의 유명 경제학자인 마카베 아키오 호세이대 대학원 정책창조연구과 교수는 최근 일본 경제주간지 '프레지던트' 기고문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배터리의 발화 문제는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동등한 기술을 확립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한국 업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고, 여기에 공급부족 상황까지 겹치면 배터리가 반도체 못잖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다만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처럼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중국과 일본 등의 중저가 제품의 시장 교란 기도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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