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고립·고독 극복정책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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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가 지난달에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선진국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1인가구 증가로 인한 국민의 고립과 고독 문제이다.
한국도 국민의 고립과 고독을 극복할 종합처방전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와 노인빈곤율 1위인 한국에는 기업이나 정부에 고립과 고독을 극복할 정책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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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불안과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려동물 지향적인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철에 따라 예방접종을 하고, 병이 나면 수술까지 시켜야 한다. 사람 수술비보다 반려동물 수술비가 많이 드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정성스레 장례까지 치러주는 문화가 생겼다. 사람들이 돈과 정성을 쏟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그들과 생활하며 기쁨을 얻고 고립과 고독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고립과 고독을 극복하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에서 정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최초로 영국 정부는 2018년 1월에 인간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집행, 국민들로 하여금 외로움에서 벗어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도와주는 고독담당장관(Minister of Loneliness)을 임명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20만여명의 노인이 친지나 친척과 대화를 마지막으로 한 지 1개월 이상이나 경과했고, 국민 중 900만명 이상이 "항상 혹은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국민의 고립과 고독을 극복할 종합처방전이 필요하다. 한국인 개개인의 외부 지향적인 특성뿐 아니라 1인가구 증가, 행정과 산업 서비스가 디지털화됨에 따라 사람들끼리 말하면서 소통하는 시간보다는 기계와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져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났다. 생활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이고, 스마트폰에 탑재된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은 소프트웨어이다. 스마트폰과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의 기술과 철학이 휴먼웨어이다. 메타버스(Metaverse)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상업화된 시대에 조직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고독하지 않을 휴먼웨어 개발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발달로 교육·경제·사회·문화 활동이 현실세계처럼 가능한 3차원 가상세계인 새로운 사회적 미디어 플랫폼으로 등장한 메타버스에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들의 휴먼웨어는 고독을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군중 속의 고독이란 한계가 있다. 디지털을 통한 간접소통의 양은 증가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직접소통의 빈곤으로 인간 관계의 질이 떨어져서 삶의 질과 행복의 체감도가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와 노인빈곤율 1위인 한국에는 기업이나 정부에 고립과 고독을 극복할 정책이 안 보인다. 내년 3월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많지만, 국민의 고립과 고독을 극복할 비전과 미션을 보여주는 대통령 예비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권대봉 인천재능대 총장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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