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軍 신뢰 잃어" 질책..北 반발 한미훈련엔 "美와 신중 협의"(종합2보)
'폭염시 훈련 보류' 주문도..한미훈련도 폭염 보류? 靑 "한미 군 매뉴얼 따라"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우리 군이 본연의 영역인 안보와 국방에서는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없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왔고 또 자연재해나 코로나 상황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근래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맞게 됐다"고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주요 지휘관으로부터 국방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자리에는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김태성 해병대 사령관 등 주요 군 지휘관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군 성폭력 사건과 관련,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심각한 사건으로 사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허위 보고와 은폐, 부실 보고 등 사후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서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군 성폭력 전담조직을 강화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는 한편, 성범죄 피해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군 교정시설 실태를 점검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에도 성폭력 대책이 있었지만 더욱 강도 높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근원적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으라"고 지시하며 "공군은 환골탈태하여 '국민 속의 군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병영문화 개선'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시행, 병 봉급 인상, 군 의료체계 개선, 영창제도 폐지 등 많은 개혁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장병 급식체계와 조리 여건 개선, 피복체계 개선, 생활관 및 취사식당의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군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혁신적이고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청해부대에 대한 후속조치를 보고받고 "청해부대 사태로 인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쳤지만 청해부대는 현지에서 우리 국민과 상선 안전에 대한 작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만큼 부대원들의 사기가 저하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 장관에 따르면 현재 해외 파병부대 장병 1015명 중 95%는 예방접종을 마쳤고, 백신 미접종자도 PCR 검사 결과 전원 음성으로 나왔다. 서 장관은 추후 해외 파병 인원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선발할 것이며, 최신형 PCR 검사장비의 신규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이어 군내 코로나19 상황과 관련, 전 장병 55만명 중 93.6%가 1차 접종을 완료했고, 오는 6일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가 되므로 일반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 군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폭염에 대비한 훈련 매뉴얼이 제대로 실행되게끔 잘 챙기라"며 "야외 훈련이 가능한 온도라도 폭염 기준 온도에 근접한 경우는 훈련을 보류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훈련 때에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며, 폭염시 필수 경계 업무도 꼼꼼히 검토하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서면 질의에서 '한미 연합훈련도 폭염에 따라 보류될 수 있는 훈련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지휘소훈련으로 필요시 한·미군 매뉴얼에 따라 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서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현재의 코로나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당국 및 미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보고하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히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는 담화를 낸 이후 한미훈련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신중한 협의'가 북한의 반발 등을 감안한 훈련 축소 또는 연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앞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연합훈련을 하면 (북측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보기관의 우려에 따라 '한미 훈련 중단에 대해 청와대 내부 기류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없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현 시점에 문 대통령이 군 지휘관들에게 현안을 보고받은 이유'에 대해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 청해부대 34진의 코로나19 감염 등이 발생했고, 코로나19와 폭염 상황에서 군 장병의 안전이 각별히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관련한 국방 현안을 점검하고 당부하기 위해 마련한 일정"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따른 향후 남북 관계와 관련,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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