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영입·조직정비..삼성SDI, 美진출 본격 채비

이종혁 2021. 8.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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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전력 권위자 장래혁 교수
배터리팩 분야 부사장 영입
양극재 제조라인 통합해
원가 줄이고 생산 효율화
한화지분 팔아 투자실탄 확보
헝가리 공장도 1조 증설 투자
삼성SDI가 최근 외부 인사를 파격적으로 배터리팩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체질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2분기 전기차(EV) 배터리 사업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SDI가 이르면 올 하반기 확정될 북미 신공장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조직을 혁신하는 모양새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달 초 장래혁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장 신임 부사장은 중대형 원형 배터리 시스템 선행 전담 태스크포스(TF)장으로, 주로 배터리팩 분야의 기술 혁신을 지휘하게 된다. 삼성SDI는 "장 신임 부사장은 이미 회사 고문으로 활약해왔고 부가가치가 높은 배터리팩 기술을 향상시킬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삼성SDI가 외부 인재를 부사장급 고위 임원에 영입한 건 회사가 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래 처음이다. 특히 보통은 12월에 실시하는 정기 임원 인사와 별개로 진행돼 더욱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장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40대였던 2012년과 2015년 각각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국제컴퓨터학회(ACM) 석학 회원으로 선정됐다. 이들 학회의 석학 회원은 뛰어난 업적을 쌓은 인재에게만 주어지며 매년 50명 정도만 뽑는다.

삼성SDI는 외부 DNA 수혈 외에 소재 사업 재편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완전 자회사 에스티엠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제조라인 일부를 양도했다. 현재 울산 공장 내에 증설하고 있는 신규 설비와 건물을 합쳐 약 1000억원이다.

삼성SDI는 2019년과 지난해에 걸쳐 이미 1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라인을 에스티엠에 넘겼고 양극재 라인 투자를 위한 에스티엠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라인을 에스티엠에 모으고 내재화 비율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는 국내 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과 합작한 '에코프로이엠'을 통해서도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하반기 포항 2공장 착공을 추진 중이며 헝가리 추가 투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SDI는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 제조센터장에 백승기 중국 톈진법인장(상무)을 앉히는 등 일부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삼성SDI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대대적인 생산기지 투자를 앞둔 조직 정비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올해 약 1조원을 투자해 헝가리 괴드의 각형 배터리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기존 라인 4기에 4기를 추가해 괴드 공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다. 괴드 공장은 오는 3분기부터 차세대 각형 배터리인 '젠(Gen)5'를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BMW에 공급한다. 젠5는 양극재 소재인 니켈 함량을 88%로 높여 1회 충전당 주행거리를 600㎞까지 끌어올린 하이니켈 배터리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SDI의 북미 투자 계획이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에 이어 수조 원대 배터리셀 신공장을 미국에 지을 것으로 유력시된다. 시장에서는 투자 규모가 1조원 또는 3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세계 4위 완성차 스텔란티스(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티브그룹과 푸조시트로엥그룹의 합병회사), 미국 EV 기업 리비안, BMW 등이 주요 투자 파트너로 거론된다. 삼성SDI는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발효돼 2025년부터는 주요 부품의 북미 생산이 불가피하다. 삼성SDI도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SDI는 2분기 EV용 중대형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전환을 달성해 사업을 성장 본궤도에 진입시켰다. 또 1조원가량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데 이어 한화종합화학 지분 전량 처분으로 1600억원 이상 현금을 더하는 등 투자 실탄을 착실히 모으고 있다. 산업계는 삼성SDI의 미국 투자 확정이 무르익었다고 보면서 발표 시기를 가늠하는 분위기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중순 사면 또는 가석방될 경우 투자 시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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