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 편승' 정치권 바라보는 2030 유권자들은 "불쾌해"
[경향신문]
정치권이 젠더 문제에 편승해 혐오를 조장하거나 방관하는 식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행태를 두고 20~30대 남녀 유권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20~30대 여성들은 “(여야 모두) 여성을 대변하는 주자가 없다” “패싱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향신문은 4일 20~30대 남·녀 유권자들에게 최근 잇따른 페미니즘 관련 논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7·여)는 “평소에는 젠더 문제에 전혀 관심도 없다가 선거철만 되면 특정 세력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젠더 갈등을) 정치적으로 활용을 한다고 생각해서 불쾌하다”고 했다. 대학원생 송모씨(27·남)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생각이 젊고 유동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페미니즘에 대해 강력하게 남자 편을 들면서 너무 이분법적으로 가서 반감이 들었다”며 “남자가 역차별받는 점은 지지해주고 여성들이 성추행 등으로 고통받는 것은 해결해주고, 그런 식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너무 이분법적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김모씨(20·남)는 “(정치권이) 너무 갈등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공존을 말하는 혁신적인 정치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인 송모씨(21·여)도 “(정치권이) 남녀를 떠나서 서로 평등한 기회를 주는 쪽으로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씨(25·남)는 “정치권이 ‘페미니즘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남녀 갈등이 안 나오도록 조정하는 얘기들이 필요하다”며 “너무 한쪽 편의 표를 받으려고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경우 여야 모두를 향해 “패싱당했다”며 분노하는 목소리가 컸다. 스타트업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씨(35·여)는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갈등의 원인을 안산 선수 탓으로 돌리면서) 결국 여성혐오에 동조한 것”이라며 “이런 발언을 제1야당이 했다는 것 자체가 여혐 발언을 한 남성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20대 남성들의 표를 얻으려고 2030 여성 유권자를 패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다”며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국민의힘을 찍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 논란을 보면서)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들, ‘쥴리 벽화’ 논란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무릎 꿇고 석고대죄할 일”이라며 “‘쥴리’에 덧씌워진 꽃뱀 서사가 희화화되는 것을 방치하면서 상대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를 흠집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역시 정치 논리에 따라 여성에 대한 시각을 바꾸거나 함구하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대선주자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오모씨(30·여)도 “2030 여성이 (대선주자들에게 중요한) 유권자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착한 페미니즘, 나쁜 페미니즘이 따로 있느냐”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취업 준비하면서 차별을 당해봤겠나, 경력단절 경험이 있겠나. 이런 현실을 알고서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유설희·박광연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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