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침'에 한국게임 '몸살'..또 확인된 '차이나 리스크'

조진호 기자 2021. 8. 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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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검은 화요일’…, 국내 게임업계가 3일 ‘지옥문’을 터치했다.

이날은 중국 최대의 게임축제 ‘차이나조이 2021’이 막을 내린 날이다. 온갖 신작들이 선을 보였고, 게임사들은 너나없이 비전을 발표하며 축포를 쏘는 ‘축제의 하루’다.

하지만 불꽃놀이는커녕 공포가 지배하는 ‘검은 화요일’이 됐다.

현지 매체가 게임을 ‘전자 마약’으로 비판하며 규제를 촉구하는 내용을 보도하면서다. 그런데 이 매체가 관영 ‘신화통신’의 자매지라는 점 때문에, 보도 내용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읽히면서 후폭풍은 컸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핀테크를 비롯 IT기업들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번엔 게임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텐센트와 넷이즈 등 현지 기업의 주가가 장중 10%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너무 거센 후폭풍에 놀랐는지 정작 이 매체가 보도를 삭제하면서 이날의 사태는 적어도 4일 시점에서는 ‘상처가 조금 난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중국 서비스를 준비중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문제는 이번 해프닝이 한국 게임산업의 ‘차이나 리스크’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3일 한국 게임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중국 시장과 이해관계가 깊은 위메이드(-10.05%), 펄어비스(-6.83%), 웹젠(-4.99%), 엠게임(-3.87%), 카카오게임즈(-3.47%), 컴투스(-3.08%) 등은 낙폭이 컸다. 일본 증시에 상장됐지만, ‘던전앤파이터’ 등으로 중국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는 넥슨의 주가도 ‘-6.51%’를 기록했다.

중국이 한국 게임산업의 이해가 걸린 거대 시장인 만큼 현지 진출을 노리고 있는 차기 타이틀의 사업 진척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5억 50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엔터테인먼트로 각광받으면서 더욱 저변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날의 해프닝은 중국 당국의 입장 변화에 5억 5000만명의 거대 시장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 사건이란 게 국내 업계의 시각이다.

사실 중국 정부가 향후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은 줄곧 있어 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산과 외산을 막론하고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 요건을 까다롭게 강화했다.

최근에는 중국 청소년의 안경 착용이 증가한 원인으로 게임이 꼽히며 중국 정부가 게임에 대한 규제의 칼을 뽑아들 것이란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을 아편으로 지칭하는 보도가 나오자 텐센트가 곧바로 12세 미만 이용자의 유료결제(충전) 금지 조치 등을 통해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며 “현지 업계가 이 문제(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게임 이용자 간 채팅창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중국 정부가 게임을 옥죄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돌기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내 게임 업체들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 이후 국내 업계가 적극적으로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규모의 시장을 포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도 “시장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국내 게임산업은 ‘탈 중국’을 위한 행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중국 정부는 중학생 이하 미성년자에 대한 온·오프라인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시키며 관련 기업의 주가 폭락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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