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사받으라고?"..전광훈 8·15 집회 예고에 뿔난 광화문 상권
"경찰이 막을 시 1인 시위로 진행"
경찰 "강력히 대응할 계획" 강대강
광화문 상권 "확진자 폭증할까 겁나"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가뜩이나 손님도 없고 어려운데, 코로나 막을 생각을 해야지 집회를 왜 하나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그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이 광화문에서 8·15 광복절 집회를 예고하자 광화문 상권이 울상 짓고 있다. 확산세가 지금보다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곳 상인들은 작년 광복절에 ‘집회 트라우마’를 한번 겪었다. 이들은 거리두기 4단계로 생긴 ‘상처’에 집회가 ‘소금’을 뿌리고 있는 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혁명당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의 정치방역에 대해 국민불복종운동을 시작한다”며 8·15 광화문 집회를 예고했다.
이들 단체는 “문재인 정권이 탄핵되는 날까지 매주 광화문 광장은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로 가득 메워질 것”이라며 “만약 경찰이 막는다면 그 자리에서 1인 시위로 전환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집회 예고를 하자 작년 8·15 광화문 집회 ‘트라우마’를 겪었던 상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보수단체 중심으로 이뤄진 광복절 집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번졌기 때문이다.
이후 벌어진 개천절과 한글날에는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대규모 집회가 열리진 않았다. 다만, 경찰이 차벽과 바리케이드를 광화문 주변 곳곳에 설치하면서,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를 ‘공’쳤던 경험이 있다.
광화문 주변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광화문 집회’ 얘기를 꺼내자 미간부터 찌푸렸다. 이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을 때마다 장사를 일찍 접었다던 그였다. A씨는 “집회가 열리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코로나가 나오면 우리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며 “지금은 광장을 공사해서 할 공간이 있나 모르겠지만, 불안하니 집회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에서 일하는 김모(46)씨도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안 되는데, 집회 끝나면 확진자가 폭증할까 겁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좀 자제하고, 확산세를 막는데 서로 도왔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장인 박모(27)씨는 “작년 광복절 집회 이후 한동안 점심 먹으러 갈 때 도시락을 싸서 다닌 적이 있다”며 “안 그래도 지금 위험한 상황인데 집회는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치권도 ‘우려’…경찰 “집회 강행 시 강력 대응”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전광훈 목사 등 극우 단체가 8·15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 국민과 의료진 모두 전체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고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는데 대규모 집회 개최는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지난 3일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네 자리에서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 목사의 도심시위 강행 움직임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방역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국민들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이런 목소리는 반드시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두고 방역 당국과 보수단체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 측 국민특검 전국변호사단(변호사단)은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집회금지, 예배금지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 정당한 기자회견을 방해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피력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가 내린 방역 지침에 따르면 집회가 불가능하다”며 “국민들의 우려가 굉장히 커서 집회를 강행할 시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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