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싱크홀', 공들여 마련한 내 집이 싱크홀로 무너진다면
혹독한 재난 실감나게 연출
현대인 주거불안 은유적 표현
중소기업 과장으로 일하는 '동원'(김성균)의 가족이 서울 마포구 청운빌라로 이사 오며 영화는 시작된다. 11년 동안 모으고 모아 마련한 서울 자가에 아들과 아내 모두 행복해하지만 이내 마주하는 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자가이지만 빚을 최대한 끌어모아 샀고, 그 최대치가 집값도 잘 안 오르는 빌라이기 때문이다. 회사 부하인 '정 대리'(이학주)의 아파트가 단기간에 2억원이나 오른 걸 보며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이웃들도 미덥지 못하다. 히키코모리 아들을 홀로 먹여 살리며 헬스장·사진관·대리운전 등 스리잡을 뛰는 401호 '만수'(차승원)를 비롯해 쉽지 않은 삶을 사는 이들뿐이다. 힘들게 노모를 부양하는 아들, 어린 자식을 두고 배달 일 나가는 데 바쁜 엄마 등이다. 하루하루 그악스럽게 살다 보니 미래에 대비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바닥에 놓아둔 구슬이 굴러가고 공동 현관 창문이 깨지는 등 전조가 나타나지만 집값이 떨어질까 염려해 입주자들 간 하자 보수 합의도 못 이룬다. 결국 싱크홀은 발생하고 빈한한 사람들은 더욱 추락한다.
하필이면 그날 동원의 초대로 집들이를 온 '김 대리'(이광수)와 인턴사원 '은주'(김혜준)도 휘말린다. 이들 역시 집이 없어 애인도 못 사귀거나 아니면 정규직이 아니라 회사에서 명절 선물도 못 받는 처지로, 불행은 매번 엎친 데 덮친다. 동원과 만수, 김 대리와 은주 이렇게 없는 사람들이 생존자들을 구하고 지상으로 올라가려 분투하는 과정이 117분 상영시간 속에서 펼쳐진다.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에서 벌어지는 화재를 다룬 재난영화 '타워'로 500만여 관객을 동원한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40억여 원 제작비가 투입된 대규모 풀 세트를 통해 재난 현장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낸다. 지하를 실감 나게 그리기 위해 대규모 암벽 세트를 만들었고, 건물이 무너지며 발생하는 흔들림은 짐벌 세트의 인공지진을 통해 생생하게 구현했다. 주연 차승원이 "돈 들어간 티가 나는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다.
영화 속 약자들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연대'뿐이다. '끈'이라는 소재로 형상화된다. 서로를 끈으로 이어 누구 하나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하는가 하면, 마지막에 위기에 처한 인물에게도 끈이 생명줄처럼 던져진다. 구출 과정에서 신파가 없지 않으나 감초처럼 놓이는 B급 유머로 다소 중화된다. 외려 아쉬운 건 인물들을 나열적으로 소개하는 초반부 대목이다. 재난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싱크홀부터 일으켜놓고 전사가 차차 나왔다면 더 매끄러웠겠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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