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앞의 등불, 아프간..수도 카불도 안전하지 않다
국방장관 대행 자택 테러공격
'그린존' 인근서 테러·총격전
미 "탈레반 공세의 모든 특징"
서남부 3대 도시에선 시가전
정부군, 라슈카르가 소개령
"미군 공습지원 잘 안 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발표 이후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탈레반의 공세로 수도 카불도 ‘탈레반 영향권’에 들어갔다. 서·남부의 3대 도시에서도 탈레반의 공세로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져, 주민 소개령이 내려졌다. 아프간 전역이 사실상 탈레반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면서, 아프간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3일 저녁 수도 카불에서 정부 요인과 의원들을 겨냥한 차량폭탄 및 총기 공격이 발생해, 4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특히 비스밀라 모하마디 국방장관 대행의 집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폭탄 테러로 경비병이 부상했다. 아프간 국방부는 테러 뒤 모하마디 장관 대리의 집을 공격하려던 무장대원 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테러 당시 모하마디 장관 대리는 집에 머무르지 않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차량폭탄 테러 2시간 뒤 미국 대사관 등 외국 공관들이 있는 안전지대인 그린존 인근에서 다시 차량폭탄 테러와 총격전이 발생했다. 테러 뒤 여러명의 무장대원이 한 의원의 집을 총기로 공격했는데, 당시 이 의원의 집에서는 몇몇 의원이 탈레반 공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미국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 테러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누구의 소행이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우리가 최근 몇주 동안 보아온 탈레반 공세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정부 요인을 상대로 한 이날 공격은,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의 공세가 격화되는 남부 헬만드의 주도 라슈카르가에서 주민 소개령을 내린 지 몇시간 만에 벌어졌다. 라슈카르가를 방어하는 아프간 정부군의 215 마이완드 부대의 사령관 사미 사다트 장군은 이 도시의 20만명 주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도시를 떠나 우리가 작전을 시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공지했다.
라슈카르가에서는 교전 상황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적어도 민간인 40명이 숨지고, 118명이 부상했다고 유엔 아프간 지원단(UNAMA)이 밝혔다. 이 기구는 트위터에서 “전황이 악화되면서 아프간 민간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다”며 “도심 지역에서 전투를 즉각적으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은 지난주부터 서·남부의 3대 도시인 라슈카르가, 칸다하르, 헤라트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세곳 모두 주도로서 서·남부의 최대 도시일 뿐만 아니라, 아프간의 대동맥 격인 환상 고속도로에 위치한 주요 거점 도시들이다. 파키스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을 연결하는 교역도시이기도 하다.
라슈카르가를 비롯한 이들 도시가 탈레반 수중에 들어가면, 아프간 정부로서는 막대한 전략적, 심리적 타격이다. 미군은 지난 7월 아프간 내 최대 기지였던 바그람 기지에서 전격 철수한 이후 사실상 군사작전을 종료했고, 이들 도시 방어를 위해 공습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의 한 관리는 2일 <시엔엔>(CNN)에 미군의 공습 지원이 “잘되고 있지 않다”며 악화되는 전황에 대한 비관적 평가를 내놨다.
서부 최대 도시 헤라트 안팎에서도 탈레반은 정부군을 치기 위한 전격적인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아프간 전황을 추적하는 미국 민간단체 ‘롱 워 저널’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7월 한달 동안에만 헤라트의 16개 지구 중 13개를 장악했다.
헤라트는 1979년 아프간에 침공한 소련에 맞서 최초로 봉기한 이스마일 칸이 군벌로 군림하던 지역이다. 이스마일 칸은 소련군 철수 뒤 탈레반의 집권 때에도 헤라트에서 군벌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탈레반 대변인은 헤라트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이스마일 칸 군벌이 도주 중이라고 발표했다.
탈레반의 공세가 집중되는 또 다른 주요 도시인 칸다하르는 탈레반이 결성된 곳이다. 탈레반은 칸다하르를 함락한 뒤 임시 수도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마드 하니프 아트마르 아프간 외교장관은 최근 탈레반의 공세로 전국적으로 3천명 이상이 사망했고, 최근 몇달 동안 3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 4월 미군 철수가 발표된 이후 미군 병력은 95%가 철수했고, 남아 있는 지상군 병력은 미국 대사관 등을 지키는 경비병력뿐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2일 의회에서 미군의 급속한 철군이 아프간에서 폭력적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탈레반의 급속한 세력 확장을 인정하면서도 “아프간 정부는 주도 및 주요 도시 지역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8월31일까지 모든 전투병력을 철수하는 한편 군사작전도 종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의 진공과 정부군 와해를 막으려면, 미군의 공습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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