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바리부터 벤자리, 참조기..'아기 돌보듯' 꼬박 석달 키워 바다로 [현장에서]

박미라 기자 2021. 8. 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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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위가 절정에 달한 지난 3일 오후 2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내 ‘어류종자 생산동’. 별도의 냉방 시설이 없는데도 시원한 느낌이 날 정도로 서늘했다. 차가운 지하 해수를 뽑아올려 육상 실내수조의 온도를 18도로 유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류종자 생산동은 사육 중인 어미에서 수정란을 생산해 치어로 키우는 곳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어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80~120일 키운 후 5~10㎝ 크기가 되면 바다로 방류한다”고 설명했다.

강형철 연구사가 육상 수조에서 80여일간 키운 참조기 치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박미라 기자
왼쪽부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이 사육한 참조기 치어(왼쪽 사진), 벤자리 치어(가운데 사진), 능성어와 다금바리(오른쪽 사진 아래) 치어. 제주해양수산연구원 제공


육상 실내수조 중 한 곳에서는 80여일간 사육해 어른 손가락만큼 자란 참조기 치어 3만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이 치어들은 5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해안에 방류될 예정이다. 연구원은 참조기 금어기(4월22일~8월10일)인 지난달에도 한림읍 연안에 치어 6만 마리를 방류했다. 이 치어들은 약 1년 후면 20㎝ 성어로 성장해 어업인의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게 된다.

연구원은 올해 참조기와 벤자리, 능성어, 다금바리 치어 약 15만 마리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치어 방류는 남획과 기후변화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사라지는 바다 자원과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연구원 측은 “민간이 사육한 돌돔 등의 치어를 매입해 방류하기도 하지만 다금바리, 참조기 등과 같이 치어 생산에 어려움이 있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어종은 연구원이 직접 육성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내 어류종자 생산동에 육상 수조가 빼곡하게 놓여있다. 박미라 기자
3일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이 사육 중인 어미 다금바리가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다. 박미라 기자


특히 ‘명품 횟감’ 다금바리는 귀한 어종답게 치어 생산이 까다롭다. 이날 또다른 수조에는 부화한 지 각각 19일, 30일이 된 다금바리 치어가 가득했다. 아직은 부유물과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작지만 건강하게 자란다면 오는 10월쯤 방류된다. 다금바리, 능성어와 같은 바리과의 어종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더뎌 민간에서 육성을 꺼린다. 방류한 치어가 1kg급 이상으로 자라는 기간도 약 3년 정도 걸린다.

강형철 연구사는 “다금바리는 100~120일 키워야 하고, 치어 생존율도 최대 30%에 달하는 다른 어종과 달리 1%대에 불과하다”며 “어떤 날은 밤새 수천마리 치어가 이유없이 모두 폐사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사는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2시간 간격으로 먹이를 주고, 주말도 반납한 채 돌보다보면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며 “건강하게 자라 바다로 방류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벤자리 치어도 방류하기 시작했다. 온대에서 아열대 해역까지 분포하는 어종으로,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바다에 제격인 제주 특산어종이다. 예전 제주에서는 조림과 국거리용으로 취급했으나 최근 여름철 고급 횟감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약 100일간 사육해 방류하면 2~3년 후에 25cm 이상의 크기로 성장해 어획이 가능하다.

3일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어류종자 생산동 육상수조에서 벤자리 치어가 헤엄치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여름 고급 횟감으로 각광받고 있는 벤자리 치어를 키워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박미라 기자


제주도는 매년 잡은 고기의 지느러미와 연구원이 보유한 어미간 유전자검사를 실시해 친자 확인으로 방류 효과를 분석한다. 홍성완 미래양식연구과장은 “회수율은 2~3%만 나와도 방류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정착성 어종인 돌돔은 4%까지 나온다”며 “다금바리 역시 정착성 어종으로 2014년부터 5년간 모슬포 해역에 방류했더니 어획량이 연간 1t에서 10t으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홍 과장은 “참조기와 같은 회유성 어종은 회수에 한계가 있지만 위판실적이 증가했고 어민의 방류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적합한 품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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