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카드 모집인.. 코로나에다 금소법까지, 올해만 700명 짐 싸

유진우 기자 2021. 8. 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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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의 대표적인 모집 채널이었던 카드모집인들이 매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700명 가까이 업계를 떠났다. 카드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비(非)대면 영업을 강화하고 있고, 올해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시행에 따라 카드모집인을 통한 강도 높은 영업이 어려워진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853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217명보다 7.4%(684명) 줄었다. 카드업계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내는 와중에도 주요 모집 채널이었던 모집인은 약 700명이 짐을 쌌다는 의미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 모집인 등록 업무를 위탁받은 2015년 무렵부터 전업 카드사를 상대로 모집인 수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카드 모집인 수는 취합 초기였던 2013~2016년엔 꾸준히 2만명 내외를 기록하면서 매년 늘었지만, 2017년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집계 이후 처음으로 모집인 수가 1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는 8000명선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 = 이민경

최근 카드사들은 디지털 채널 역량을 강화하면서 신규 카드 발급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이전처럼 모집인이 직접 금융 소비자를 찾아가 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최근 카드사가 새로운 ‘밥줄’로 여기는 MZ세대(1980~2000년대생)들은 카드고릴라나 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기업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추세다. 이들 기업은 금융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나 생활 패턴을 분석해 혜택을 최대화할 수 있는 카드를 추천해준다.

카드 모집인의 경우 소속 카드사 외 다른 회사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면 여신전문금융법에 위배되지만, 이들 핀테크 기업은 이런 제한이 없어 여러 신용카드사 카드를 두루 비교해볼 수 있다. 자연히 카드 모집인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집인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으면 카드사가 보통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데,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이 인센티브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주요 전략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온라인에서만 가입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시행한 금소법도 카드 모집인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간 카드사들은 카드 모집인을 수시 채용했다. 하지만 금소법 시행 이후 자칫 신용카드 모집인의 무리한 영업 행위가 금소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은 채용을 멈추고, 신용카드 모집인에게 적극적인 영업 행위를 주문하지 않는 분위기다.

매년 모집인이 줄면서 남은 모집인들은 갈수록 작아지는 파이를 두고 과태료를 받아가면서까지 출혈(出血)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의 불법 모집인 제재 건수는 2013년 27건에서 지난해 724건으로 28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 제재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카드 소속 카드모집인 39명은 지난 3월 삼성카드 외 타사 신용카드회원을 모집하거나, 여신법상 금지된 길거리 모집에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KB국민카드 소속 카드모집인 15명 역시 소속 신용카드업자 외 신용카드회원을 모집하고, 타인에게 신용카드 회원 모집을 위탁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현행 여전법은 카드 모집인의 길거리 모집 행위와 소속 카드사 외 다른 회사를 위한 신용카드 회원 모집, 타인에게 신용카드 모집을 하게 하거나 위탁하는 행위, 연회비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 등을 금지하고 있다. 불법 모집을 한 카드 모집인에게는 최대 건당 1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물가 상승 수준이나 국민 소득 수준의 향상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10%에 해당하는 경품비가 비현실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여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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